전래 민화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민화전이 오랜만에 열린다. 정월 대보름인 오는 23일 서울 견지동 동산방화랑에서 개막하는 '한국민화전'은 지난 97년 호암미술관 전시 이후 8년 만에 열리는 민화전이다. 화조도 화훼도 화접도 까치호랑이그림 문자도 기명도(器皿圖) 등 다양한 민화들이 선보인다. 민화의 아름다움에 처음 주목한 것은 우리가 아니라 조선 미술에 깊은 애정을 가졌던 일본 민예학자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였다. 그는 작고 2년 전인 1959년 조선 민화에 대해 "불가사의한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고 예찬했다. 그 이후 우수한 민화들이 일본 미국 등 해외로 건너가게 됐고 국내에서는 1970년 들어서야 민화에 대한 수집과 연구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채색의 장식 효과가 큰 '화조도'는 부귀와 부부 화합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 '까치호랑이그림'은 호랑이와 까치가 함께 등장하며 호랑이가 몸집은 고양이 같고 얼굴은 익살스러운 의인화된 호랑이로 묘사됐다. 유독 한국에서만 보이는 독특한 호랑이 그림이다. 4폭짜리 '기명도'는 국내에서도 보기 쉽지 않은 민화다. '기명'은 살림살이에 쓰이는 온갖 그릇을 말하는데 그 그릇에 수박 가지 포도 석류 호박 등 온갖 과일과 채소가 담겨 정겨움이 저절로 느껴진다. 8폭짜리 '문자도'는 효(孝) 제(悌·형제 이웃간 우애) 충(忠) 신(信) 예(禮) 의(義) 염(廉·청렴) 치(恥·부끄러움을 앎) 등 여덟 문자를 의미한다. 문자의 형태가 거의 무시된 채로 그려진 것이 특징이다. 이는 문자의 회화성을 부각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3월8일까지.(02)733-5877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