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증권관련법을 대폭 개편,증권회사에 대한 각종 업무규제를 철폐함으로써 투자은행(IB)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한국투자증권이 동원금융지주에 매각돼 건실한 회사로 거듭날 채비를 갖췄다. 이는 은행산업에 비해 절대 열세에 놓인 증권산업을 한단계 끌어올리고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사실 국내 증권산업 구조개편은 보통 시급한 과제가 아니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의 국내 진출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증권사들의 수익성은 급격히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증권업계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난립양상을 보이면서 오히려 제살깎아먹기식 과당경쟁을 일삼고 있는 현실이다. 국내 42개 증권사의 총자기자본은 2조원이나 잠식됐고,1인당 부가가치도 은행의 60%선에 불과하다. 이는 자본시장 균형발전과 동북아 금융허브 구축의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급히 시정돼야 할 과제다. 그런 점에서 한투증권의 매각이 증권투신업의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마찬가지로 하나은행과 매각협상이 진행 중인 대한투자증권 처리문제도 하루빨리 매듭지어져야 할 것이다. 외국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주식시장에서 국내기관투자가 역할을 제고하기 위해서도 매우 화급을 다투는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기업 인수합병(M&A)의 활성화를 통해 증권사 대형화를 유도하는 등 산업발전 기반을 재정비하는 일이다. 규제철폐를 통해 투자은행이 허용되더라도 지금처럼 중소 증권사들이 난립한 상황에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정부가 증권회사의 경영환경을 개선해주는 것 못지 않게 산업구조조정의 측면에서 M&A를 촉진하는 여건조성에 주안점을 두어야할 이유다. 증권사 수익기반의 확충도 서둘러야 한다. 수입의 절반 이상을 위탁매매수수료에 의존하는 천수답식 경영구조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게 됐다. 기업금융 등 IB 업무를 강화하고,각종 파생금융상품과 신탁업무 등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신규 수익원을 발굴해야 할 것이다. 때마침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사상 최고인 5백조원을 돌파하는 등 증시가 활황을 보이고 있다. 이 기회에 보다 신속한 증권산업 구조개편을 통해 새로운 성장기틀을 다지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