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휴대폰 생산국인 중국 정부가 휴대폰 과열 투자 위험을 공식 경고했다. 이와 함께 연구소 설립을 의무화하는 등 새로운 휴대폰 투자 심사 기준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 휴대폰 생산 기지를 확대하고 있는 삼성 LG SK 팬택 등 국내 기업들은 어떤 영향이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경기긴축 대상에 휴대폰을 추가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철강 시멘트 부동산 등 자원 다소모형 전통업종에 이어 첨단업종도 맹목적인 투자 확대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말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3억3천4백만명의 이동전화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휴대폰 생산과 수출도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휴대폰 올인에 제동=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최근 웹사이트를 통해 "휴대폰 생산 능력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며 "휴대폰 투자 위험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새 휴대폰 생산라인을 준비하는 기업이 40곳을 웃돌아 이들 신규 프로젝트가 가시화될 경우 중국의 연간 생산능력이 5억대에 달할 것이라고 국가발전위는 지적했다. 이는 전 세계 수요의 80%에 이른다. 국가발전위는 공장 가동률이 50%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중국 내 휴대폰 생산능력은 작년 말 현재 연간 3억대를 초과했으나 생산량은 2억4천만대에 그쳤고,이 가운데 1억4천만대가 수출됐다. 과잉공급으로 지난 99년 12%에 달하던 휴대폰 영업이익률은 2002년 6%로 떨어졌으며 일부 기업들은 적자를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애널리시스 인터내셔널은 올해 중국 휴대폰 업체 가운데 20%가 도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창웨이 창훙 등 가전업체와 화웨이 중싱 등 통신장비업체들은 휴대폰 시장 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세대 이동전화서비스 개시 기대감 때문이다. ◆기술력 없으면 도태=국가발전위가 시행에 들어간 '이동통신 시스템 및 단말기 투자프로젝트 심사비준 규정'에 따르면 휴대폰 생산 투자 기업은 등록 자본금이 2억위안(약 2백50억원) 이상이고 연구소를 반드시 세워야 한다. 이동통신 시스템 투자 기업의 경우 자본금이 3억위안(약 3백75억원)을 넘어야 한다. 팬택 베이징지사 관계자는 "휴대폰 생산 라이선스를 가진 기업에 투자 비준은 요식 절차에 불과하지만 기술력이 없는 기업은 생존하기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2003년 중국 휴대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늘어난 토종 휴대폰 업체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 99년 5%에 불과했던 토종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2003년 55%까지 수직상승했으나,지난해 외자기업의 가격인하 반격으로 48%로 떨어졌다. 중국에서 휴대폰 라이선스를 가진 기업은 36곳으로,이 가운데 GSM(유럽통화방식) 생산허가를 받은 곳이 30곳,CDMA(부호분할다중접속)는 19곳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실제 휴대폰를 생산하는 업체는 1백개가 넘는다. 라이선스를 비싼 값에 빌려서 휴대폰을 단순 생산하는 곳이 적지 않아 토종업체들의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기술력 있는 외자기업엔 득이 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투자심사가 엄격해진 대신에 외자 진입 최대 장벽인 라이선스제의 폐지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