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는 '파우스트'에서 한 가지로 요약되지 않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얘기했다. '내 가슴 속엔 두 개의 영이 살면서 서로 떨어지려 한다/하나는 음탕한 애욕에 불타 현세의 관능적 쾌락을 추구하고/또 하나는 과감히 이 티끌 같은 세상을 떠나 숭고한 선인들의 영역에 오르려고 한다.' 한 사람의 마음에서도 이처럼 상반된 생각이 싸우거늘 입장과 처지가 다른 경우에랴.'절대 선'이 무엇이고,영생이 과연 축복인지에 대한 답을 알지 못하는 가운데 불멸의 삶을 위한 인간의 노력은 끝이 없다. 병을 고치고 보다 강해지려는 욕망은 인간의 사이보그화가 멀지 않았다는 예측을 낳는다. 사이보그는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와 생체조직(ORGanism)의 합성어.뇌는 인간이지만 몸의 일부나 전부를 기계로 바꾼 인공생명체를 말한다.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맨프레드 클라인스와 네이든 클라인이 1960년 우주 환경에 적응하려면 사이보그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미래인간'을 뜻하는 용어가 됐다. 70년대 '6백만불의 사나이' '소머즈',80년대 '로보캅' '터미네이터' 등 공상과학 영화에나 등장했던 사이보그는 그러나 전자공학과 생물학을 결합한 바이오닉 장기의 개발에 따라 현실적 존재로 다가섰다. 98년 스코틀랜드의 캠벨 에어드는 16년 동안 갖고 있던 오른팔 의수를 에든버러대병원에서 만들어준 바이오닉 팔로 바꿨다. 사이보그에 대한 일부의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바이오닉 장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많고 그에 따라 손 발과 눈 귀는 물론 심장 신경까지 연구된다. 여기에 영화 '턱시도'에서 보듯 각종 능력을 배가시키는 '입는 컴퓨터'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바이오닉 장기에 인공지능을 더한 인간형로봇이 나올 날도 멀지 않다는 마당이다. 어쩌면 인간이 로봇의 몸을 빌려 의식만 진화하는 사이보그로 변할지 모른다고 하는 가운데 미국의 한 과학자가 20년 안에 영생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는 소식이다. 혈구 크기의 로봇(나노봇)으로 질병의 90%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사이보그나 휴머노이드 세상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문제는 과학과 기술이 아니라 선택이기 때문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