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은 정월 대보름(음력 1월 15일). 달, 여성, 대지 등 과거 농경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보름에는 달맞이와같은 다양한 세시풍속을 즐기며 새해의 풍년과 소원을 바란다. 서울 종로구 견지동의 동산방화랑이 좋은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준다는 닭의 해(을유년) 첫 전시로 마련한 '한국민화전'은 선조들이 남긴 민화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일년내내 좋은 일이 계속되기를 기원하는 전시다. 전시 민화들은 모란도와 화조도, 호작도, 운룡도, 수렵도, 문자도, 약리도, 책거리, 백동자유희도로 3개층 전시실을 가득 채운다. 모란꽃은 예부터 부귀를 상징하며 궁중의 꽃으로 여겨져 왔다. 탐스런 꽃송이와널찍한 잎사귀가 보기 좋은 모란그림으로 밑동에 괴석을 둔 괴석모란도와 기명이나화병에 모란 꽃가지를 꼽은 형태의 기명모란도, 화병모란도가 전시된다. 꽃과 나무, 새, 짐승들을 한 데 모아놓은 화조도는 민화 중에서도 가장 색채가화려해 꿈처럼 아름다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아름다운 꽃나무 사이로 쌍쌍이 짝지은 새들의 정겨운 모습을 그린 화조도는 부부 사이의 좋은 금슬과 집안의 화평을 염원하는 뜻에서 그려진 것이어서 모란도와함께 주로 신혼방이나 여인네의 처소를 장식하는 데 쓰였다. 호작도는 커다란 소나무 아래에 호랑이를 배치하고 나무 위에서 까치가 울어대는 그림으로 민화 가운데 가장 독특한 유형을 보여주는 것이다. 호랑이는 나쁜 귀신을 막아 주고 착한 이를 도와주는 영물로 여겨져, 정초에 붙이는 세화(歲畵)의 주요 소재로 널리 사용됐으며 까치 역시 길조로 생각해 항상 좋은일만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얼굴 가득 익살이 넘치는 표정의 호랑이를 까치가 마치 부리로 쪼아 대려는 듯한 구도에서 우리 민족의 해학성도 찾아볼 수 있다. 문자도는 유교의 도덕관을 대표하는 효(孝)·제(悌)·충(忠)·신(信)·예(禮)·의(義)·염(廉)·치(恥)의 한자 여덟 글자와 그 의미에 합당한 고사의 상징적 형상을 그려넣은 것이다. 효도를 강조하는 효자 글씨의 내.외부에는 잉어와 죽순을 그려넣는 식으로 회화성을 부각시킨 문자도는 선비의 사랑방에 놓인 서가를 그대로 화폭에 옮겨놓은 듯한책거리와 함께 사대부 취향의 장식용 그림으로 사랑을 받았다. 또 민화속의 용은 크게 귀신을 쫓고 재앙을 막아준다는 청룡과 비를 내리게 하는 운룡으로 나누어지는데 큰 가뭄이 들면 시커먼 비구름 속에 용을 그려 기우제를지내는 풍습이 있었다. 운룡도의 경우 기우제를 지내며 태워버리기 때문에 전해 오는 것이 많지 않다. 나뭇결이 드러난 탁자 위에 넓적한 청화백자를 올려놓고 탐스런 천도나 석류 열매가 달린 나뭇가지나 수박, 가지, 포도 등을 배치해놓은 기명도도 눈길을 끄는 민화다. 민화의 경우 정통회화를 모방해 창의성보다는 정형화한 인습을 보여주는 것이대부분이지만 화폭 가득 정물을 배치한 과감한 구도나 화병을 투명하게 처리해 나뭇가지가 드러나도록 묘사한 기법이 이채롭다. 병풍틀속에 넣어진 민화는 일부만 전시하고 대부분 병풍에서 떼어내 독립적으로전시한데다 오래돼도 변색이 없는 자연 염료를 이용한 채색의 화사함과 진채의 풍성한 색채가 전시장을 화사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전시는 정월 대보름날부터 3월 8일까지. ☎02-733-5877,6945. (서울=연합뉴스) 류창석 기자 kerbero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