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변의 새남터와 절두산,공주 황새바위와 당진 솔뫼,제천의 배론,전주 숲정이,안성 미리내….신자라면 익히 알 만한 천주교 성지들이다.


평화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이충우씨(신앙유산연구회장)가 이런 천주교 성지와 유적지들을 일일이 답사해 한국 천주교회사를 되짚은 '우리 신앙유산 역사기행'(사람과 사람,2만원)을 펴냈다.


이씨가 답사한 유적지는 남한은 물론 북한과 중국 필리핀까지 포함해 1백여곳.수차례의 박해 과정에서 1만여명의 순교자를 낸 순교 성지는 물론 김대건 신부가 사제로서 첫발을 디딘 익산 나바위 등 순교와 관련 없는 장소도 많다.


이씨는 특히 "성지라는 이름을 붙여 개발한 곳만 취재하던 관행에서 벗어날 필요성을 느꼈다"며 성인품에 오르지 못한 순교 선열과 이름도 모르는 무명 순교자들의 행적에 주목한다.


답사 여행의 출발점을 잘 알려지지 않은 충남 예산의 '여사울'로 잡은 것도 이런 까닭이다.


여사울은 유명한 성지는 아니지만 평신도 이존창의 활발한 전교 활동으로 먼 친척인 김대건·최양업 신부를 배출한 곳이다.


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연군 묘 굴총사건에 천주교 신자가 개입된 점,사형 선고를 받은 안중근 의사의 고해성사 요청을 당시 조선교구장 뮈텔 주교가 살인자라는 이유로 외면한 사실 등 교회사의 부끄러운 대목에 대한 비판적 입장도 밝히고 있다.


책에 실린 유적지 사진은 평화신문 사진기자 전대식씨의 작품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