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경남 통영시 동호항에 위치한 기선권현망수산업협동조합 건물 입구에서는 조합 사상 처음으로 '대풍어제'가 열렸다. 하늘에라도 빌지 않으면 멸치가 잡히지 않을 것 같다는 위기감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조합 유통담당 직원 장재석씨는 "그동안 멸치 조업량이 조금씩 줄긴 했으나 올해처럼 안잡히는 해는 드물었다"며 "조업량이 전년보다 절반 이상 줄고 어선의 기름값도 인상된 데다 각종 공사로 물이 혼탁해져 통 잡히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동호항 부두의 멸치어선은 대부분 정박돼 있다. 멸치가 잡히지 않는 데다 올해 날씨도 좋지 않아 조업 나가는 날이 지난해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한 선원은 "고기가 안잡혀 인건비와 기름값조차 건지기 힘들다"며 "건멸치의 60% 이상을 생산해낸 남해안 멸치잡이가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멸치어선들 왜 어렵나=고수온 현상과 어선들이 불법으로 하루 1만상자 이상의 알밴 멸치를 잡는 바람에 씨가 마르고 있다. 게다가 기름값도 지난해보다 30% 이상 올랐다. 또 수입산 멸치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도 위협이 되고 있으며 최근 신항만공사 등으로 모래를 채취하는 바람에 멸치 산란 장소가 없어 어획량이 급감했다고 어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멸치선단 구조조정 이어져=멸치조업 부진은 구조조정을 촉발하고 있다. 오는 6월까지 남해안 기선권현망어선 45척과 통발어선 3척 등 모두 48척이 감척될 전망이다. 업계측은 "수년째 지속된 어획량 부진으로 누적 적자를 이기지 못해 어선 감척이 잇달아 안타깝다"며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멸치값도 껑충=멸치값도 크게 뛰고 있다. 2kg짜리의 경우 2만7천원선으로 지난해 말(2만원)에 비해 껑충 뛰었다. 어선이 줄고 조업이 활기를 잃어가면서 동호항 일대의 선박 수리업체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K사 대표는 "매출이 지난해보다 50% 이상 줄었다"며 "이대로 가다간 문을 닫아야 한다"고 푸념했다. 통영=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