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자산운용의 21일 기자회견은 한국 내에서 헤지펀드로 분류되고 있는 자신들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동시에 LG에 대한 투자효과를 극대화하고 자신들이 2대 주주로 있는 SK㈜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려는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소버린의 제임스 피터 대표(CEO)는 이날 기자회견의 대부분을 'LG 치켜세우기'에 할애했다. LG를 '지배구조 개선의 선구자'라며 찬사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낸 반면 SK㈜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도 "LG와 개혁의 양극단에 서있다"며 깎아내리려는 모습이었다. ○헤지펀드 이미지 벗기 소버린은 SK㈜ 경영권을 위협하는 과정에서 '단기투기성 펀드' '악의적 경영권 위협자'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쌓아온 것이 사실.지배구조 개선 등 갖은 명분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관투자가나 소액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소버린은 그동안 국내에서 가장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을 물색했으며 그 가운데서도 주가 상승여력이 높고 이미지 개선효과가 크다고 판단된 ㈜LG와 LG전자를 선택했다는 게 유력한 분석이다. 소버린이 LG를 극찬하면서 직접적인 경영권 간섭을 않겠다고 밝힌 점도 이 같은 판단을 뒷받침한다. 피터 대표가 "소버린은 5년 이상 투자하는 장기투자자"라는 점을 내세워 자신들이 선의의 투자자라는 점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성동격서: SK㈜ 압박하기 피터 대표는 이날 가급적 SK와 관련된 질문은 자제해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SK㈜ 주총을 불과 20여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이례적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는 것 자체가 SK㈜ 주주들의 표심을 겨냥한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른바 LG를 활용해 SK를 압박하는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이다. 소버린은 현재 그룹의 부실을 초래했던 경영진의 이사 사임 및 집중·서면투표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SK측과 대립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소버린이 LG의 지배구조를 부각시킨 것은 SK㈜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깎아내려 상대적인 효과를 거두겠다는 노림수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피터 대표는 이날 LG그룹에 대해 "핵심역량을 보유한 영역에 대해서만 투자한다"고 호평한 반면 "이는 포스코에 투자한 SK텔레콤이나,SK㈜에 투자한 삼성전자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은근히 SK㈜ 백기사로 나선 삼성전자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LG 경영개입 가능할까 피터 대표는 이날 "소액 투자자지만 대주주 및 경영진과 건설적 대화를 하는 게 주주의 권한이자 책임이라 생각한다"며 LG 경영에 대해 간접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소버린이 LG의 통신서비스 사업 등 경쟁력이 취약한 부문에 대해 구조조정을 요구하거나 자사주 매입 소각,배당 확대,출자 제한 등을 요구하는 등 투자주식의 가격상승과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경영간섭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게 증권가의 관측이다. 그러나 LG가 "건설적인 제안은 적극 검토하겠지만 비합리적이고 부당한 요구에 대해서는 엄중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