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몇년동안의 소비패턴 특징 가운데 하나가 불황 속에서도 고가제품, 특히 명품에 대한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다보니 백화점 업계에서는 기존 매장보다 명품매장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은데요 특히 롯데백화점에서는 아시아 최고의 명품관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혀 높은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롯데백화점이 개점도 하지 않은 명품관 '애비뉴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을 취재기자로부터 들어보겠습니다. 한정연 기자, 롯데백화점 명품관은 아시아 최대의 명품백화점이라는 것 이외에도 총괄 이사가 신격호 회장 외손녀라는 점 때문에 세간의 관심도 높았던걸로 기억하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s) 롯데 명품관 에비뉴엘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개점까지 총지휘하고 있는 롯데백화점 명품팀장인 장선윤 이사는 신격호 회장의 외손녀입니다. cg) 현재 롯데백화점 부사장을 맡고 있는 신영자씨의 큰딸이기도 한 장선윤 이사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롯데쇼핑에 입사했습니다. 올 초 롯데그룹의 대규모 인사에서 이사대우로 승진했습니다. 장 이사는 애비뉴엘을 세계적인 명품 백화점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애비뉴엘 총괄 이사직을 맡고 있습니다. [앵커] 롯데가 애비뉴엘 개관에 있어서 신 부사장의 장녀가 직접 지휘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가 따로 있습니까? [앵커] 지난해까지 백화점들의 매출이 계속해서 줄어들 정도로 백화점이 난항을 겪어왔습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해 2분기 2조2천억원이 넘던 매출액이 3분기에는 1조9천억원에 그치는 등 불황을 겪고 있는 상태입니다. s) 뿐만 아니라 업계에서 마트의 성장세가 가장 둔화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마트업계의 성장률은 대부분 두자리수대를 기록했지만 롯데마트만은 6-7% 성장에 그쳤습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불황을 타계하기 위해 롯데백화점이 명품관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원래 계획대로라면 롯데 명품관이 지금쯤 개장했어야하는거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말, 아시아 최고의 명품 백화점을 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힌 바 있습니다. 오픈시기는 올해 2월 25일쯤 그러니까 지금쯤 개장을 했거나 막바지에 접어들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롯데백화점이 옛 한일은행 건물 자리에 세우는 매장면적 5천200평 규모의 명품관 '애비뉴엘'은 여전히 공사중입니다. 내부공사가 여전히 진행중이며 명품관 공사를 위해 보도블럭위에 만들어진 담장앞에는 심지어 농성천막과 집회인파가 거리를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명품관 '애비뉴엘'의 오픈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졌다며 다음달 18일에서야 정상적으로 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앵커] 롯데백화점의 야심작이라고 할 수 있는 명품관 '애비뉴엘'의 오픈이 이처럼 늦춰진 이유는 뭡니까? 또 주변을 둘러싼 시위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데요? [기자] 롯데 백화점은 내부공사가 다소 지연된 탓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명품관 '애비뉴엘'을 둘러싸고 있는 노점상들이라고 지적합니다. 명동 옛 한일은행 건물 앞에는 12개의 노점상이 있는데요 롯데 백화점이 명품관 공사를 위해 보도블럭까지 공사를 해야만 하지만 생계형 노점상인 이들이 자리를 비키지 않아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보도블럭 공사는 1월 말에 착수했어야 한다는 것이죠. 롯데 백화점 관계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INT 신상근 롯데백화점 본점지원팀장] "건물 공사 인허가 내용 가운데 보도블럭까지 공사를 해야만 승인이 난다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보도블럭 공사를 못하게 노점상들이 막고 있다." 결국 12명이던 노점상이 생존권 보장을 위한 투쟁에 들어가면서 전국 노점상 연맹 등이 합류해 농성규모는 더욱 커진 상태입니다. 롯데측에서는 이달 4일과 19일, 중구청과 경찰서 등 관공서의 중재로 노점상 대표와 미팅을 가졌었는데 이 자리에서 노점상들이 원칙적으로 협조를 약속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약속을 어기고 투쟁에 들어간 것을 롯데백화점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롯데는 다음달 18일로 예정된 개점 계획도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앵커] 관공서 중재 미팅에서는 합의를 했다면서 노점상들이 거리농성에 들어간 이유는 뭔가요? [기자] 기자가 양측을 직접 만나 본 결과 제대로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노점상 관계자들은 "공사에 협조하려고 했지만 무조건 내쫓으려 한다"며 "생존권을 보장할 때까지 합법적 투쟁을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노점상 대표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INT 김민걸 전노련 중구지역장] "롯데백화점 공사에 협조하려고 했지만 노점상 자리에 화분을 놓으면서 자리를 다 빼앗고 있다. 부지점장이 중구청에 민원을 넣지 않겠다고 약속도 했었다." 노점상들은 자신들의 생계와 직접 연결된 문제인 만큼 쉽게 물러나지 않을 뜻을 내비쳤습니다. 특이 다음달 3일에는 대규모 집회까지 강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노점상들의 농성규모가 커지자 롯데백화점 본점을 둘러싸고 경찰력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양쪽 모두 무력 동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어제인 21일에는 노점상과 경찰 사이의 가벼운 충돌이 있었고 첨예한 대치가 계속되는 만큼 불안한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앵커] 이런 상황에서 고객들이 어디 무서워서 쇼핑이나 할 수 있을까요? 저라면 마음 편하게 쇼핑할 수 있는 다른 곳을 찾아볼텐데요... [기자] 아무래도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가지고 쇼핑을 하러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에게는 이런 상황이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쇼핑을 하려고 백화점을 찾거나 혹은 쇼핑을 끝내고 백화점 정문을 나섰을때 무력충돌이 일어나고 있다면 기분 좋을 사람은 없겠죠. 실제로 기자가 만나본 고객들 가운데에서는 무섭다거나 위협을 느낀다며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고객들의 반응을 같이 보시죠. [INT 김주현. 김일심(학생)] "무서워요. 불편하고 무섭죠" [INT 심주혜(강사)] "집회하는 것도 그렇지만 경찰들이 쫙 깔려서 무섭고 위협적이에요. 빨리 끝냈으면 좋겠어요" 이처럼 백화점 정문 앞에서 시위대와 경찰력이 대치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고객들에게 안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둘 사이에 충돌이라도 일어나게 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되겠죠. 이처럼 고객들에게 안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도 문제이지만 만일 대립이 길어져 명품관의 개관이 더 지연되면 롯데의 금전적 손실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명품관을 오픈하면서 연간 1천2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단순 계산상 한달에 약 1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미 오픈이 한달 가까이 지연되면서 1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놓친 셈이죠. 뿐만 아니라 첨예한 대립 속에서 명품관 오픈이 더 늦춰지게 된다면 롯데는 입점업체들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할 입장에 처하게 됩니다. 해외명품 봄 신상품이 선적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게 되지만 오픈 지연으로 시장에서 판매가 되지 않으면 이월상품으로 넘겨야 합니다. 이 경우 롯데백화점이 입점 명품업체들에 대한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하기 때문에 명품업체들과 롯데백화점 사이에서 법적 다툼이 생길 소지가 다분합니다. 롯데백화점이 야심차게 내세웠던 아시아 최고의 명품관 '애비뉴엘'을 둘러싸고 노점상과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롯데백화점은 고객들에게 위협적인 인상을 남기는 것을 비롯해 오픈지연에 따른 금전적 손실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의 문제를 빚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롯데백화점은 명품관 개관도 하기 전부터 명품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한정연기자 jyh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