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대신 TV로 인터넷과 화상회의,계좌이체,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뉴스 프로그램 실시간 시청 등을 할 수 있는 'IPTV(Internet Protocol TV)시대'가 오다 말고 뒷걸음치고 있다.


방송업계의 반발로 '통신.방송 융합'에 관한 정책 조율이 번번이 실패한 터에 주무부서인 정보통신부가 IPTV의 핵심인 실시간방송을 제외하자며 'ICoD'(주문형콘텐츠.Internet Contents on Demand)라는 새 용어를 들고 나와 IPTV의 본질이 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거액을 들여 IPTV 기술을 개발해온 KT 하나로텔레콤 등 통신업체들은 심각한 난관에 부딪쳤다.


'상부'로부터 함구령이 떨어져 대놓고 불만을 토로하진 않지만 "IPTV에서 실시간 방송을 빼면 의미가 없다"고 얘기한다.


또 "방송위원회와 방송사업자들이 반발한다는 이유로 첨단 서비스를 시험도 해보지 않고 팽개쳐야 하느냐"며 한숨을 쉬고 있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있는 KT의 IPTV시범운영센터.KT는 정부의 IPTV 도입 방침에 따라 2002년부터 1천억원을 들여 이 센터에서 관련 기술을 개발해왔다.


현재 기술 개발은 끝난 상태이며,서비스에 필요한 시스템도 갖췄다.


본격적인 서비스를 위해 올해 6백억원을 더 투입한다는 계획도 세워 놓았다.


그러나 서비스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연구원들은 심각한 고민에 싸여 있다.


KT는 현재 서울과 일부 수도권에서 IPTV의 일부인 '홈엔' 서비스만 하고 있다.


KT의 한 관계자는 "TV 수상기로 모든 것이 가능해야 소비자들이 적극 이용할 것"이라며 "케이블TV와 차별화되지 않는 반쪽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어 가입자가 2천여명에 불과한 상태"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하나로텔레콤도 마찬가지다.


올 하반기 중 IPTV 서비스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에 따라 투자를 늘리고 있으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KT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서둘러 준비를 해야 하는데도 정부 정책이 불확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눈치만 살피는 실정이다.


IPTV가 왜 문제가 되는가.


IPTV 서비스 관계자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통신회사들은 IPTV에 대해 'TV와 인터넷이 결합된 통신의 부가 서비스'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방송위원회 등은 방식이야 어떻든 방송 서비스로 봐야 하고 방송법에 따라 규제받아야 한다고 반박한다.


통신업계와 방송업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자 정통부와 방송위는 지난해부터 네 차례 만나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국회에서도 양측의 입장을 들으며 절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이것 역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통신과 방송의 융합은 필연적이기 때문에 IPTV가 통신이냐 방송이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급속한 기술 발달로 통신과 방송의 결합이 불가피해진 만큼 소비자 편익과 산업 파급 효과를 우선 고려해 하루라도 빨리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양측의 이해관계에 휘둘리거나 발을 빼지 말고 관련 법제 정비를 주도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통신·방송 융합 초기 단계부터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통신이냐 방송이냐를 놓고 논란을 벌이다가는 경쟁국들에 밀리게 된다고 경고한다.


또 IPTV가 구현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IT839정책'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인터넷과 TV를 결합한 IPTV가 가능해야 홈네트워크 유비쿼터스 등을 앞당길 수 있다는 얘기다.


KT 관계자는 "홈네트워크와 유비쿼터스 시장을 내다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IPTV에 투자를 해왔다"며 "IPTV는 보다 큰 서비스로 가는 징검다리"라고 말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