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어느 CEO의 고백‥지용근 <글로벌리서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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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용근 글로벌리서치 대표 ykji@globalri.co.kr >
사업을 시작한 후 몸에 이상한 징후가 한 가지 생겼다. 음식을 먹으면 심리적으로 늘 소화가 안되고 얹힌 기분이다. 그동안 그렇게 지내온 것 같다.
우리 회사 주주 중에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몇 분 계신다. 이 분들께서 까마득한 후배인 나에게 충고하신다. "지 사장,회사가 안될 때 긴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잘될 때에도 안될 때를 생각하고 긴장해야 하네."
늘 긴장해야 한단다. 그래서 그런지 밥을 먹어도 밥맛이 없다. 직원들과 함께 회식을 해도 다음날 발표할 보고회가 걱정이 된다. 일이 들어오지 않으면 걱정이 태산이다. 이러다 직원들 월급을 못주면 어떡하나. 일이 많이 들어와도 걱정이다. 이 많은 일을 우리 직원들이 해낼 수 있을까. 이러다 우리 직원들이 다 지치는 것은 아닌가.
지난 주말에는 직원 몇 명이 보고서 작성 때문에 주말 이틀 동안 꼬박 밤을 새워 일을 했다. 밤에 잠이 오질 않는다. 사장인 내가 직원들이 고생하는데 잠만 자서 되겠는가.
일을 못하는 직원이 있다. 어떻게 하면 이 직원의 역량을 키울 수 있을까. 일을 가르친다고 그 직원의 잘못된 점을 지적할라 치면 상처받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일을 잘하는 직원이 있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다른 곳으로 스카우트 돼 가버리면 어떻게 하나. 생각이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직원이 있다. 어떻게 하면 보다 긍정적인 사람으로 바꿀 수 있을까.
사람과 시설에 대한 투자로 회사 재무상태가 좋아지지 않는다. 투명경영이라고 해서 이런 정보까지 직원들에게 알려야 할지 고민이다. 다른 어느 사장보다 직원들을 위한다고 생각하는데 직원들이 날 인정하지 못하고 믿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이제부터 생각을 바꿔야겠다. 날 믿어주고 맡겨진 일을 위해 늦도록 일하고자 하는 직원들이 있어 감사하다. 비용을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애쓰는 직원들이 있어 감사하다. 아직 이름 없는 회사인데도 나와 직원들을 믿고 조사용역을 기꺼이 맡겨주는 고객이 있어 감사하다.
조사전문회사로서 우리사회에 등대와 같은 회사며 건강하고 정직한 기업이 되고자 하는 비전이 있어 감사하다. 날 위해 항상 기도하는 가족이 있어 감사하다. 이런 감사의 마음으로 평생 사업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