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 회원국이 23일부터 사흘 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1차 정부협상을 갖는다. 한국과 아세안 간 FTA 협상은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더불어 세계 3대 지역경제블록으로 떠오른 아세안과의 경제·산업 접점을 마련하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는 한·아세안 FTA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를 분산시킬 수 있는 완충지대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아세안과의 FTA 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아세안과의 교역 규모는 총 4백47억달러(수출 2백31억달러,수입 2백16억달러)로 전체 대외교역의 9.7%를 차지,중국 미국 EU 일본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아세안은 작년 11월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회의에서 오는 2020년까지 EU와 같은 역내 무관세 단일시장인 '아세안 공동체(ASEAN Community)'를 창설키로 하는 등 자유무역의 고삐를 죄고 있다. 정부는 중국과 일본이 한국보다 한발 앞서 아세안과의 FTA 시동을 걸어놓는 등 5억4천만명 인구의 동남아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주변국들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는 점에 특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년 말까지 정부 간 협상을 마무리 짓고 오는 2007년부터 단계적으로 관세를 철폐,2009년에는 전체 교역품목의 80%를 무(無)관세화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이 같은 일정은 중국과 일본이 아세안 시장을 대상으로 세워놓은 무역자유화 계획보다 1∼2년 앞서는 것이다. 그러나 저가 공산품과 연간 6억달러에 달하는 농산물 수입이 한·아세안 FTA 체결로 급증할 것으로 보여 산업비교우위 품목 선별과 농산물의 단계적 관세 철폐가 향후 협상에서 쟁점화될 전망이다. 또 일부 아세안 회원국들이 FTA 추진에 대해 유보적인 자세를 보이는 등 10개 회원국들간의 입장 차이도 한·아세안 FTA 체결에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한수 외교통상부 FTA국장은 "아세안은 다양한 형태의 비관세장벽을 쌓고 있어 FTA 체결에 따른 무역증대 효과가 다른 FTA보다 클 것"이라며 "한·아세안 FTA는 시장규모와 산업구조 면에서 중국을 대체할 수 있을 만한 시장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