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또다시 급락하면서 '1달러=1천원' 시대로 접어들자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주요 수출기업들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경영계획을 수정해가며 기준 환율을 9백원대 중·후반으로 설정해 놓긴 했지만 떨어지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데다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수익성 악화 비상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삼성의 경우 달러당 환율이 1백원 떨어지면 3조6천억원 상당의 경상이익이 허공으로 날아가버린다.


삼성과 비슷한 매출구조를 갖고 있는 LG 현대자동차 등도 환율 1백원 하락시 20% 정도의 이익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지난해 평균 환율이 1천1백45원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일부 대기업들이 기준환율로 정해놓은 '1달러=9백70원선'에 평균 환율이 형성될 경우 수익창출 능력은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약화될 전망이다.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1천원선이 깨지고 나면 모든 경영사안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환율 9백원선에서는 도저히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여기에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해외경쟁 격화에 따른 판매단가 하락 압력까지 받고 있어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 등 수출 주력제품들이 물량 면에서 여전히 해외시장에서 잘 팔려나가고 있지만 가격여건은 지난해에 비해 나빠지고 있는 추세다.


◆글로벌소싱으로 중소기업 타격


환율 급락은 규모가 영세한 중소기업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수출제품의 가격단가 하락으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납품처인 대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값싼 해외부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완성품(세트) 메이커들은 국산 부품 사용을 줄이고 해외 부품의 비중을 2배 이상 높이기로 했다.


LG전자 백색가전사업부의 경우 연내 해외부품 비중을 15%에서 최고 40%까지 끌어올리기로 한 상태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도 현재 10% 수준인 광주공장의 부품 해외조달 비중을 연내 30% 수준으로 높이기로 했다.


대기업들의 이 같은 글로벌 소싱(Global Sourcing) 확대는 일시적인 흐름이 아닌 중장기 경영전략에 따른 것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생산시설 해외이전 가속화


상당수의 중소 협력업체들도 생존을 위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기업들의 부품값 인하 요구에 큰 스트레스를 받아왔지만 요즘 상황은 매출선 자체가 끊길 위기에 놓여있다.


올 상반기부터 해외이전이 가속화될 경우 국내 부품업계의 공동화 현상까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자동차 부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나마 어느 정도의 자금력과 규모가 있는 기업들은 해외진출이 가능하지만 영세한 기업들은 앉아서 죽을 판"이라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