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천10원선마저 무너지며 7년3개월 만에 최저치로 하락,최근 회복조짐을 보이는 한국 경제에 암초로 등장했다. 달러를 받고 수출하는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3개월내에 원.달러 환율이 9백80원 안팎으로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어 당분간 '환율쇼크'가 지속될 전망이다. ○마지노선 붕괴 초읽기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전 내린 1천23원20전에 출발,개장 초엔 특별한 급락 징후가 없었다. 전날 런던 등에서 마감된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세도 보합수준이었고 우려할 만한 악재도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외환시장엔 조금씩 불안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일본의 무역흑자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소식에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백4엔대로 내려앉았고 주식시장에선 여전히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졌다. 결국 오전 11시를 넘어서자 강력한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1천20원선과 1천10원선이 차례로 맥없이 무너졌다. 딜러들의 시선은 곧바로 외환당국(재정경제부,한국은행)으로 쏠렸다. "그냥 두고 보지만은 않겠지…." 예상대로 오전 장 마감무렵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매수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예상보다 미미했다. 1천15원선 위로 잠깐 고개를 내밀었던 환율은 또다시 아래로 굴렀다. 이럴 때면 늘 나오던 구두개입도 이날은 자취를 감췄다. 장 막판엔 1천10원선마저 뚫렸다. 채권시장에도 불똥이 튀었다. 재경부가 조만간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를 찍어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며 채권금리가 크게 뛰었다. 오전 장에서만 국고채 3년물 금리가 0.08%포인트 상승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마감시간까지 미끄럼을 타다 결국 1997년11월14일(9백86원30전) 이후 최저인 1천6원10전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 주식순매수 등이 주요인 최근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외환수급 측면에서 공급요인이 절대 우위를 보이고 있기 때문.증시가 활황세를 보이자 외국인들이 주식매수에 나서면서 국내 외환시장에 지속적으로 달러화를 공급하고 있다. 월말이 다가오면서 원화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환전하고 있는 것도 환율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또 외환당국의 시장개입 방식도 과거처럼 특정 환율 수준을 지키는 것보다는 하락속도를 늦추는 쪽으로 바뀌면서 환율하락에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화 환율 가파른 '나홀로 하락' 원·엔 재정환율도 최근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날 원·엔 환율은 9백61원23전을 기록,5년8개월 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4일 1천원선이 붕괴돼 '10 대 1' 원·엔 교환비율이 깨진 후 이달 들어선 '9 대 1'의 교환비율이 고착화되는 분위기다. 원·엔 환율이 이처럼 떨어지는 것은 엔화에 비해 원화의 절상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 하락이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원·달러 환율보다는 미국 중국 등 한국의 주요 수출 대상국들의 경기가 주요 변수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최근처럼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이 동반 하락할 경우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 국내 주력 수출제품들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안재석·김동윤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