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공장 채용비리로 물의를 빚었던 기아자동차가 이번엔 일부 현장 대의원들의 막무가내식 '라인스톱'으로 화성공장 일부 라인이 최근 4일 간 70시간 이상 가동을 멈춘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기아차와 기아차 노동조합에 따르면 화성공장 현장 근로자들이 불법적으로 조업을 중단시키면서 쏘렌토와 세라토 라인이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생산일 기준 4일) 4차례에 걸쳐 총 70시간7분 동안 가동을 중단했다. 회사 측은 이에 따라 모두 2천9백여대의 생산차질을 빚어 4백85억원의 매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16일 오전 쏘렌토 조립라인 무인 공정에서 뒷좌석 옆 유리가 파손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벌어졌다. 회사 측과 노동조합 측은 조사 결과 유리 파손이 설비 이상이 아닌 작업자의 단순 실수로 인한 사고로 판명됐으나 라인 중단권이 없는 노조 대의원이 일방적으로 라인을 세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이 이튿날 라인 가동을 불법적으로 중단시킨 대의원을 고소·고발하자 해당 라인 조합원들은 집단으로 월차와 조퇴를 내고 라인 가동을 중단시키는 등 반발했다는 것이다. 현장 대의원은 △회사 측의 고소·고발 철회 △라인중단에 따른 무노무임 철회 △안전사고 규정 백지화 등의 요구조건을 내세웠다고 기아차 관계자는 설명했다. 21일과 22일에도 라인 가동이 잇따라 중단되자 노동조합은 "일부 조립부서의 현장 대의원들이 노동조합의 판단도 제쳐놓고 회사 측과 스스로 합의한 내용을 무시하는 파업을 벌이고 있다"며 "현장 대의원의 무분별한 파업은 전체 조합원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며 그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이번 사태가 지난 1월 말 현장 노조 대의원들의 무리한 라인스톱을 막기 위해 회사 측과 화성공장 노조지부가 합의한 안전사고 규정에 대해 현 노조 집행부와 계파가 다른 전노회 조직이 반발하면서 빚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공장 채용비리로 무소불위의 노조 권한이 도마에 오르자 기아차와 노조의 화성공장 지부가 무리한 라인스톱을 막기 위해 안전 사고 규정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합의에 반발한 전노회 등 일부 노조 계파가 조직적으로 라인스톱을 통해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고 노조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번 라인스톱을 주도한 10여명 대부분은 전노회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