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악화와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는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차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는 5월9일 노 대통령이 참석하는 제2차 세계대전 러시아 승전 60주년 기념행사 △11월17일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광복 60주년을 맞는 올 8·15 기념행사 또는 1차 남북정상회담 5주년이 되는 6·15 행사를 계기로 남북 정상이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재정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지난 3일 "러시아 전승기념행사에 남북 정상이 초청됐는데 북한이 여러 가지를 고려해 참석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남북 정상이 자연스레 만나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국제 다자간회의에 한번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관례에 비춰볼 때 남북 정상이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일축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스위스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북한이 11월 부산 APEC에 참여할 수 있다면 6자 회담 당사국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게 되는 셈"이라며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선언하는 축제의 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북한의 관료라면 APEC회의에 옵서버로 참석할 수 있지만 APEC회원국이 아닌 북한의 국가원수가 참석하는 문제는 기존 멤버들의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표시했다. 정부는 북핵문제로 국제적 대북압력이 높아가는 와중에도 남북경협,대북 식량·비료지원을 원칙대로 추진해나가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도 민족공조를 주장하며 남한에 대한 적대적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이 같은 남북한의 자세는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무드를 조성하고 있다. 결국 회담 성사의 열쇠는 오직 북한이 쥐고 있는 셈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