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는 연초부터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고 또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대폭 유입되면서 단기적으로 외환시장에서 달러공급이 넘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통화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어렵다는 점 또한 환율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금 우리 통화당국은 환율과 금리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다. 환율을 안정시키자니 금리가 오르고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자니 환율이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또 다른 문제는 원·엔 환율의 하락이다. 원·엔 환율은 그동안 원·달러 환율이 엔·달러 환율과 동조화되면서 10대 1의 비율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엔화 환율보다 더 떨어지는 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원·엔 환율 역시 큰 폭으로 떨어져 1백엔당 9백60원대로 하락하고 있다. 이는 일본과 달리 우리의 경우 지금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과다하게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엔 환율의 급격한 하락은 일본으로부터 기계와 부품 등 자본재를 많이 수입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수입 물가를 낮춰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는 한다. 그러나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이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최근까지 막대한 대일 무역수지적자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엔 환율의 하락은 대일 무역역조를 더욱 악화시킨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지금과 같이 원화가치가 엔화보다 더 평가절상되는 경우 세계시장에서 일본과의 수출경쟁을 하는 데에 있어 우리 경쟁력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전에도 그랬지만 실제로 우리 원화가 엔화보다 더 강세가 되는 경우 우리 수출은 크게 감소하게 된다. 원·엔 환율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해선 먼저 원·달러 환율이 엔·달러 환율에 비해 과도하게 떨어지지 않도록 외환시장에 개입하는게 필요하다. 이러한 개입은 물론 금리를 오르게 하고 또한 과잉 공급된 달러를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만으로 소화해내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있다. 그렇지만 과도한 수출 감소와 원·엔 환율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해선 원·달러 환율의 절상속도를 늦추는 개입은 필요하다. 또한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외국주식투자자금의 과다한 유입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대외의존도가 높고 자본시장이 개방된 경우 언제나 문제가 되는 건 국내경기와 무역수지를 어떻게 잘 조화시키는가이다. 저금리로 국내경기를 부양하다 보면 외국주식투자자금이 과다하게 들어오면서 지금과 같이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무역수지가 악화되면서 이는 결국 자본유출로 이어져 환율의 변동성을 높이고 국내경기를 다시 위축시키게 만든다. 따라서 정부는 급격한 주가상승이나 과도한 경기부양정책을 시행하는 데에 신중을 기해서 과다한 외국주식투자자금의 유입을 막아야 한다. 아울러 외국주식투자자금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면서 조세 등의 규제방법을 이제 좀더 적극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지금과 같은 원·엔과 원·위안화 환율결정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현재 우리 환율제도하에서는 달러 외에 다른 제3국 통화와의 환율은 원·달러 환율과 달러와 제3국 통화간의 환율 사이에서 재정환율로서 결정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및 일본과의 교역과 직접투자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고 이들 통화를 결제통화로 사용하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는 지금 이 제도는 적합치가 않다. 환율이 양국간의 무역수지를 조정하는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원·엔 환율만 보더라도 대일무역역조는 점점 더 커지는 데도 원·엔 환율은 더 하락하고 있다. 이렇게 이들 통화와의 환율이 적정환율에서 지속적으로 괴리되는 경우 양국간의 환율분쟁은 물론 환투기와 같은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논의되고 있는 한·일 혹은 한·중·일 FTA를 고려하면 이제 이들 통화간의 환율이 적정환율 선에서 결정되도록 그 결정방법을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