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인물인 한 자폐아 마라토너의 성장기를 그려 최근 관객들의 시선을 잡은 영화 '말아톤'의 배경이 된 서울시 양재천 조깅코스.
국내 마라톤 마니아들이 애용하는 연습장소인 이곳에 지난 19일 오후 20명 가까운 변호사들이 몰려들었다.
마냥 달리는 게 좋아 지난 2001년 5월부터 같이 뛰기 시작했다는 이들의 정체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산하 마라톤 동호회인 '달변(달리는 변호사 모임)' 회원들.
이들은 매달 셋째주 토요일 오후 3시가 되면 어김없이 서초구 동원산업 빌딩 앞에 모여 전원 잠실 선착장까지 왕복 20km 거리를 소화한다.
이날도 환갑이 넘은 김성기 변호사(64)와 황의채 변호사(61)를 비롯해 20명 가까운 변호사들이 갑작스런 한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달 열릴 동아마라톤에 대비해 몸만들기에 열중했다.
이들은 대부분 풀코스(42.195km) 완주 경험이 5회 이상인 베테랑 마라토너들.
달변 내 풀코스 최다 출전기록 보유자인 문광신 변호사(45)는 작년 한해에만 무려 16차례 풀코스를 완주하기도 했다. 문 변호사는 "올해 목표는 몇몇 변호사들과 함께 1백km 울트라 마라톤과 풀코스 철인3종 경기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개인훈련으로 체력을 유지하는 달변회원들의 공통점은 걷기가 생활화 돼있다는 것.
모임 창립멤버인 박인환 변호사(52)는 "가까운 거리를 움직일 때 택시나 마을버스를 탄 적이 한번도 없다"며 "뛰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어지간한 거리는 자연스레 걷게 된다"며 마라톤 예찬론을 펼쳤다.
달변의 이런 명성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최근에는 회원수가 1백명에 육박하고 있고 급기야 여성 변호사까지 가입문의를 해오고 있다는 것이 이 모임 회장인 우정권 변호사(61)의 전언이다. 이날 강풍을 가르며 20km 코스를 가볍게 완주,온 몸이 땀으로 흠뻑젖은 우 변호사는 "앞으로 마라톤 유망주들이나 장애우 마라토너들을 달변모임 차원에서 정식으로 후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