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당권레이스가 '실용이냐,개혁이냐'의 노선싸움 양상을 띠고 있다. 4·2 전당대회에 나서는 유력 경선 출마자들이 잇따라 상반된 노선을 내세워 차별화하고 나서면서 노선에 따라 후보자들의 대립각이 선명해지고 있다. 친노 직계인 문희상 염동연 의원 등은 "전략없는 개혁은 민생과 유리된 공허한 원리주의"라고 실용주의에 힘을 싣고 있는 반면 신기남 장영달 의원 등은 "실체없는 실용주의로 당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강력 비판한다. 염동연 의원은 23일 출마회견을 통해 "중도적 개혁정당이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인 만큼 진보적 개혁그룹 의견과 실용주의 그룹의 의견 모두를 수용하고 통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면서 "민생제일주의 및 국민과 함께하는 개혁노선을 통해 여당다운 여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반면 장영달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당 위기의 본질을 '당의 정체성 상실과 개혁의 위기'로 진단한 뒤 "원칙없는 실용주의 노선으로 세월을 허송하면서 당의 개혁 정체성을 훼손했다"며 "실용주의 저변에는 패배주의가 자리하고 있다"고 실용파를 공격했다. 장 의원은 이어 "당론으로 확정하고 국민에게 약속한 바를 슬그머니 후퇴시켰다"며 작년말 개혁입법 일괄처리 무산을 지적하는 등 자신의 개혁 노선을 부각시켰다. 이에 앞서 지난 20일 출사표를 던진 문희상 의원과 신기남 의원도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쳤다. 문 의원이 "전략적 고려없이 개혁 구호만 외친다면 원리주의 탈레반과 다를 게 없다"고 강경 개혁파를 겨냥한 데 대해 신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위기는 정체성 위기로 개혁은 열린우리당의 정체성 그 자체"라고 반박했다. 유시민 의원도 "실용주의는 지향할 가치가 아니며 실용주의 정당이라고 하면 정체성 혼란"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창·박해영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