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굿모닝신한증권 300홀.


국내 선물시장의 최고수로 '압구정동 미꾸라지'란 별칭을 갖고 있는 윤강로 KR선물 대표(45)의 첫 공개강좌를 듣기 위해 행사장 앞은 강연 수시간 전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일반투자자뿐만 아니라 증권계 현직 선물종사자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그는 자신의 투자전략은 물론 개인적인 얘기도 늘어 놓았으며,참석자들은 1시간 이상 진행된 '전설적인 고수'의 훈수를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메모를 하며 경청했다.


◆술과 담배는 집중력 떨어뜨려=그는 "내기당구 내기바둑을 좋아한다.


당구도 5백을 친다"며 투기적인 것을 좋아하는 성격 때문에 선물거래를 시작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30대 후반이었던 96년 선물에 손을 대 불과 2년여 만인 98년에 1백억원을 만들었고,그 다음 4개월 만에 1백억원을 더 벌었다고 전했다.


그 전에는 빈털터리였다는 것이다.


그는 매일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뉴욕시장을 지켜보며 하루의 전략을 짠다고 했다.


담배는 6년 전에 끊었고,술과 담배는 집중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금물이란 점도 강조했다.


전문 트레이더를 꿈꾸는 투자자들은 주변생활을 단순하고 평범하게 정리하고,금연 금주를 통해 장세읽기에 '올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외국어대 인도어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은행 파생금융팀에서 선물투자를 맡았지만 외환위기에 앞서 팀이 해체되자 재야고수의 길을 걸었다.


위험을 요리조리 잘 피해가며 고수익을 올린다는 뜻에서 '압구정동 미꾸라지'란 별명을 얻었다.


한때 수천억원을 벌었지만 지난해 4∼5월 급락장에서는 손해를 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씨' 세 번이면 끝장,완급조절=그는 돈을 벌기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완급조절이라고 했다.


"돈을 벌고나서 내가 잘한다고 생각해 계약단위를 키우면 깨진다.


평정심을 잃었을 때는 반드시 쉬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돈을 벌고나면 일단 거래를 쉬거나 계약단위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잦은 매매를 하지말 것을 거듭 강조했다.


"포지션을 정해 진중하게 게임에 임해야 한다.


성질내며 자꾸 들어가면 안된다.


'에이씨' 소리 세 번 나면 끝장난다"고 말했다.


또 선물을 하더라도 현물데일리를 계속 봐야한다고 말했다.


현물이 기초자산이기 때문에 증권사 데일리나 경제신문을 보면서 방향성을 잡아야 하며,틀린 것은 빼고 잘맞는 것을 좇아 흐름을 타라는 것이다.


파생상품 투자시에는 큰 수익을 내는 것보다 '장기적인 생존'에 중점을 두는 리스크 관리를 우선해야 한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그는 또 다른 성공의 조건으로 인내심과 과감한 실행을 제시했다.


"인내심을 갖고 추세를 판단하되,틀렸다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손절매 하라."


추세를 꾸준히 살핀 뒤 방향성에 대한 판단이 서면 과감하게 나서고,시장이 예상과 달리 움직일 경우엔 주저없이 털라는 게 지론이라고 했다.


◆미국회사와 공동으로 모의투자도 개최=그는 작년 5월 한국선물을 인수,'KR선물' 간판으로 제도권에 진입했다.


옵션보다 선물매매를 주로 하며,방향을 정하고 목표수익에 도달할 때까지 뚝심있게 끌고가는 '포지션 트레이딩'을 즐긴다.


때문에 오는 28일부터 미국 FX마진현물환 전문선물회사인 SNC인베스트먼트와 공동으로 총상금 2천만원 규모의 모의투자대회를 연다.


FX마진은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 급성장 중인 금융시장으로 24시간 거래하는 게 특징이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