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경제 문제로 속앓이를 했다. 내수경기 침체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잠재성장률(5%선)을 밑돌았고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사오정(45세 정년) 등의 신조어가 유행할 만큼 고용사정도 악화됐다. 수출이 급증하고 물가가 전반적으로 안정됐음에도 체감경기는 매우 나빴다.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2002년 GDP 증가율은 7.0%였으나 노무현 정부 첫 해인 2003년 3.1%로 추락했다. 다음해인 2004년에도 4.7% 성장(한국은행 추정치)에 그쳤다.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7% 성장에는 한참 모자라는 수치다. 내수경기의 잣대인 도·소매 판매는 2002년 7.5% 증가했으나 2003년과 2004년에는 마이너스로 반전했다. 김대중 정부가 신용카드 사용 촉진과 부동산시장 부양으로 성장의 과실을 미리 빼먹은 데다 노무현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반면 수출은 기록적인 호황을 누렸다. 정보기술(IT) 부문의 활황으로 수출 증가율이 2002년 8.0%에서 2003년 19.3%,2004년 31.2%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폭도 같은 기간 53억9천만달러에서 1백19억5천만달러,2백76억1천만달러로 크게 불어났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수출 부문의 활기가 내수시장을 뒷받침하지 못했다. 실업률이 2002년 3.1%에서 2004년 3.5%로 높아지고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 이 기간 중 6.6%에서 7.9%로 뛴 것은 수출 호황이 일자리 창출로 원활하게 이어지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장기간 이어진 불황과 저성장 기조는 채권시장에도 반영돼 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2002년 말 연 5.11%에서 지난해 말 연 3.28%로 가라앉았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한국은행이 콜금리 목표치를 낮춘 데다 채권시장 참여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기승을 부렸기 때문이다. 2002년 말 1천2백억달러 수준이던 외환보유액은 올해 들어 2천억달러를 넘어섰다. 외환위기 후유증에다 수출을 부양하기 위해 외환 보유액을 계속 늘렸으나 환율 하락 기조를 바꾸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물가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했다.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아파트 가격도 지난 한 해 동안 평균 2.1% 떨어지는 등 부동산시장을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