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2부4처2청을 연기·공주로 이전키로 합의한 것은 향후 행정의 효율성을 고려해 이전 부처의 성격을 일일이 따져 결정한 것이라기보다는 '정치적 빅딜'의 성격이 강하다. 경제 부처와 외치·내치 부처를 맞교환함으로써 여야가 나름의 성과와 명분을 얻는데 치중했다는 얘기다. 이번 합의대로 시행될 경우 경제부처가 모두 옮겨가 사실상 ?경제수도?가 건설되는 것이며 대통령(서울)과 총리(충청)가 떨어져 생활하게 된다. ◆여야 빅딜 이해득실은=16부 이전을 주장해온 열린우리당은 이전 기관수를 양보하는 대신 야당이 강력히 반대해온 경제부처 모두를 포함시키는 나름의 '전과'를 올렸다. 국가적 대사에 대해 야당의 합의를 끌어낸 것도 큰 성과로 꼽을 수 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경제부처를 양보하는 대신 안보와 내치의 핵심인 6개부를 서울에 남겨놓음으로써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건설 위헌판결의 정신을 살려 서울이 명실상부한 수도임을 분명히 한 점을 득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불거진 이후 선거에서 연패하고 있는 충청지역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어느정도 던 것도 한나라당으로서는 위안이다. 이렇게 정치적으로 절충하다 보니 여야 모두 내부 반발이 적지 않다. 여당은 그마나 만장일치 추인이라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그간 경제부처 이전에 반대하는 등 사실상 행정수도 건설에 반대해온 한나라당은 상황이 심각하다. 오전에 시작된 한나라당의 회의가 오후로 이어져 표결까지 간것이 진통의 강도를 가늠케 한다. 특히 이재오 김문수 의원 등 수도권 출신 10명은 여야 합의에 반발,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문제는 없나=당장 숫자에만 집착,행정중심도시 건설이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2개부는 여야가 각각 16개와 7개를 주장해온 것을 감안하면 딱 중간점이다. 서울에 남게 되는 여성부는 여야가 합의정신으로 내세운 내치·외치와 무관하다. 숫자를 맞추기 위해 끼워넣기한 흔적이 없지 않다는 얘기다. 교육부와 문광부도 경제관련 부처가 아니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이전하다 보니 심지어는 '과천을 통째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실제 이전부처는 현재 과천에 있는 정부 부서 중 법무부를 제외한 8개부에 교육부와 문광·정통·해수부를 추가한 정도다. 정부가 사실상 이원화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을 수 있다. 대통령과 총리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경제부처와 외치·내치부처가 양분돼 상호 유기적 협력이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아울러 특별법에 착공시점이 명시돼 있지 않은 것은 향후 논란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내년 지방선거와 내후년 대통령 선거,2008년 총선 등 중요한 정치일정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질 수밖에 없는 정치권이 표와 직결된 착공시기를 타협하기는 쉽지않은 형국이다. 이재창·박해영·양준영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