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서부텍사스중질유 기준)가 2월 들어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해 배럴당 50달러를 돌파,4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국제 석유시장에서는 최근의 유가 상승에 대해 '추운 날씨와 약(弱)달러'가 만들어 낸 합작품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다우존스뉴스는 22일 "미국과 유럽에 몰아닥친 한파로 난방유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자 석유시장에서는 또다시 수급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 지역의 추위는 이달 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미국 전체 난방유 수요의 80%를 차지하는 미국 북부 지역의 기온은 이번주 평년 기온을 훨씬 밑돌 것으로 예상돼 난방유 소비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달러화 약세도 유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중동지역 국가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산유국들은 원유를 달러화로 표시해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 달러화 가치 하락이 지속되자 '원유판매 대금의 실질구매력'을 유지하기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 투자은행 소시에떼제네랄의 마이클 기도 원자재 담당 이사는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화 표시 상품의 실질가격도 함께 하락해 달러화 표시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측면도 있다"며 "달러화 약세가 유가 인상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럽을 순방 중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중동 정세를 묻는 질문에 대해 "석유를 싼 값에 얻기 위해 중동의 폭정 국가들과 타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자 석유시장은 크게 요동쳤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대다수 석유 전문가들은 최근의 유가 상승은 계절적 요인이 작용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데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 톰슨퍼스트콜은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인용,"올해 국제 유가는 수요 증가율 둔화와 러시아의 석유 증산 등으로 배럴당 40달러 전후에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릴린치는 올해 연평균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41달러로 유지하고 있다. 23일 런던 국제석유거래소 개장 후 알-사바 의장은 감산 계획이 없다는 전날 발언에 이어 또 "유가가 추가 상승할 경우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이를 끌어내리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 소재 베어불증권의 펀드매니저 프레드릭 듀브리언은 "OPEC의 초과생산 여력이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사실은 공급 혼란시 유가가 상승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중동지역에 테러 등 심각한 위기가 닥치고 베네수엘라 및 나이지리아의 분쟁,러시아에서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일어나면 유가는 언제든지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