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오프닝) 환율 급락으로 지수 1000을 바라보던 주식시장이 연 이틀 하락했습니다. 지수 1000을 코 앞에 두고 뒷걸음질쳐 아쉬움이 큰데요. 환율 급락에 따른 시장 반응과 전망을 취재 기자와 함께 자세히 살펴 봅니다. 보도본부의 박 재성 기자가 나왔습니다. (앵커) 지수가 어제 그제에 걸쳐 연이틀 10포인트씩 하락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유가증권 시장은 월요일 988에서 20포인트 가까이 내렸고요. 코스닥 시장은 연중 고점 515에서 25포인트 가까이 밀려 났습니다. 하지만 어제 낙폭만을 본다면 유가증권 시장이 0.96% 그리고 코스닥 시장이 0.92% 떨어진 데 그쳐, 환율 하락에 따른 충격은 이틀째 접어들면서 상당히 완화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굳이 환율 때문에 시장이 하락했기보다는 “환율”이 급등 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도록 빌미를 제공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한데요. 지난 월요일까지 엿새째 증시가 숨돌릴 틈 없이 상승했고, 조정이 있을 때마다 장 마감 무렵에는 지수가 오르는 현상이 되풀이돼 왔으니까요. 한번쯤 시장이 쉬었다 갈 때가 됐다고 모두가 느끼고 있었는데, 맞춤해서 “환율”이 구실을 제공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도 이번 조정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는 않고요. 오히려 자극적인 표현은 정치권에서 나왔습니다. 한나라당이 환율 급락을 두고 “환율 쓰나미”라고 불렀다더군요.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쓰나미 장세”로 보기에는 충격이 크지 않았다는 평갑니다. 다만, 외국인 매매 동향에 대해서는 특별히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앵커) 외국인 동향이라면 외국인이 주식을 팔기 시작한다는 뜻인가요? (기자) 말씀대로 영업일수로 아흐레째 주식을 사들이던 외국인들이 어제 처음 주식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아울러 지수가 하락하면 이익이 나는 풋옵션 쪽으로 매입 비중을 늘리고 있는데요. 이것만 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시장 하락 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이 아닌가 의심할 만합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주식을 처분한 것은 시장을 좋지 않게 보기 때문이 아니라, 환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서둘러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데요. 종합주가지수가 원화 기준으로는 아직 지수 1000에 못 미치지만, 달러로 환산했을 경우에는 일찌감치 1000을 넘었습니다. 여기에 다시 환율이 떨어지고 있으니까요. 외국인 처지에서는 1000 이상 주가가 오르기를 기다리느니, 환율 하락을 이용해서 주식을 현금화하면 그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셈입니다. 주가가 오르나 환율이 떨어지나 비슷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죠. 이 때문에 환율이 급하게 내리면 외국인 주식 처분이 증가하고 환율이 완만하면 주식 처분도 함께 밋밋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앵커) 외국인들의 움직임이 환율 변동폭에 달렸다는 말씀이로군요. 환율이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 않습니까? (기자) 추세적으로 하락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일부 대기업 같은 곳에서는 이미 9백원대 환율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환율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특히 엔/원 환율이 10:1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된 것은 지난 2002년 이후 달러에 대한 원화와 엔화의 절상률 차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는데요. 2002년 이후에는 달러 약세에 대해 원화나 엔화가 비슷하게 움직였지만 지난 2003년에는 엔화가 10% 가까이 절상된 반면, 원화는 거의 제자리 걸음을 했습니다. 유일하게 경기를 버텨주고 있던 수출을 지탱하기 위해 달러를 사들이며 환율 하락을 저지했기 때문인데요. 그 부메랑 효과로 2004년부터는 오히려 엔화 절상 폭은 줄어든 반면 원화는 급격하게 상승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뒤늦게 홍역을 치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추세적으로 원화 강세가 앞으로도 상당히 진전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다만, 최근의 강세는 외국인의 주식 매입이 늘면서 일시적으로 달러 공급이 늘어난 데도 원인이 있기 때문에, 당장 급락 추세가 심화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앵커) 장기적으로 환율이 계속 하락하는 추세지만, 단기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이런 말씀이로군요. 과거에 이처럼 환율이 급락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어땠습니까? (기자) 한마디로 말씀 드리면 환율 하락에 따른 충격은 일시적이었다는 것입니다. 환율 하락보다는 당시 시장 흐름 등에 더 좌우됐다고 볼 수 있는데요. 대표적인 예로 2003년 9월과 2004년 10월 G7 회담 이후 환율이 크게 내렸지만 주식시장에는 일시적인 충격만 나타났을 뿐, 곧 상승세를 지속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환율 하락이 수출이라든가 기업 실적 등에는 썩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만,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요인이 꼭 환율 하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니까요. 투자자들의 심리라든지 수급이라든지 생산이나 소비와 같은 다른 변수들도 역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환율이 내린다고 해서 시장이 반드시 동반 하락하는 모습은 뒤따르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증시 전반의 흐름이 더 중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단기 악재에 그칠 뿐 영향이 오래가지는 않았다고 볼 수 있군요. 하지만 수출 관련 종목들은 제법 타격이 크지 않겠습니까? (기자) 어제 시장에서 확인이 됐는데요. 삼성전자, LG필립스, LG전자, 하이닉스 같은 전기전자 업종 관련 종목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고요. 달러 매출이 큰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STX조선, 삼성중공업 등도 약세였습니다. 반면, 달러 표시 원자재 비중이 큰 CJ, 대한제분, 삼양사, 오뚜기, 대상 그리고 외화부채가 많은 한진해운, 대한해운, 한전 등의 주가가 크게 올랐습니다. 업종별로 명암이 엇갈리고 있는데요. 얼마나 희비가 지속될 것인가 하는 것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환율 하락의 강도에 달려 있습니다. 대신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환율 하락기의 수혜 종목은 항공해운, 정유, 유틸리티 등이 꼽히고요. 반대로 조선, 기계, 자동차, 전자 등의 타격이 큽니다. 대표적인 환율 하락 수혜 종목으로는 대한항공, CJ, S-Oil, SK, 한국전력 등이 꼽히는 데요. 반면 IT와 자동차, 조선 등은 환율이 100원 떨어지면 영업이익이 20% 안팎 줄어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코스닥 종목들은 대부분 이 같은 수출주들의 후방 산업들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환율 하락이 심화된다면 산업연관효과에 따른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조심스럽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되고 있습니다. 특히, 1조 천억원에 이르는 미수금 잔고도 결국 대부분 코스닥 시장에 몰려 있는 만큼 언제 부담이 폭발할지 알 수 없습니다. 증권사마다 잇달아 “코스닥 조정”을 우려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박재성기자 js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