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현대건설, 현대건설→도로공사, KT&G→흥국생명.' 여자배구에 흥미로운 '천적 사슬'이 형성되고 있다. 23일 대전 라운드 서킷에서 만년 하위팀 흥국생명이 겨울리그 5연패의 현대건설을 3-0으로 무참히 무너뜨리면서 '현대의 천적'으로 떠올랐다. 현대건설은 선심으로 변신한 센터 장소연 등 베테랑들의 은퇴로 전력 약화가 우려되기는 했지만 지난 20일 개막전에서 무서운 뒷심을 보여주며 우승후보 도로공사에 3-2 역전승을 거뒀던 팀. 그러나 LG칼텍스정유와 함께 '2약'으로 분류되는 흥국생명은 2세트 초반을 제외하고는 한 차례도 리드를 허용하지 않고 완승을 거뒀다. 게다가 흥국생명은 지난달 29일 용인 시범대회에서도 현대건설을 3-1로 꺾었고최근 연습경기에서도 3-1 승리를 거둬 한달 사이에 3연승을 달린 셈이다. 99년 슈퍼리그 2차대회 3-2 승리 이후 현대건설에 6년 동안 17연패를 당했던 팀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성적. 흥국생명 황현주 감독은 "한번 이기고 나니까 선수들에게 자신감이 붙었고 이제는 자신감이 자만으로 바뀌지는 않을까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고 레프트 윤수현은 "이길 팀을 이긴 것 아니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흥국생명도 KT&G를 만나면 왠지 맥을 못춘다. 시범경기에서도 완패했고 종종 연습경기를 치르지만 한세트를 뺏기가 어려웠다는 것. 김형실 KT&G 감독은 "흥국생명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 기복이 심하다"고 평했고 황현주 감독은 "KT&G의 전력이 가장 안정돼있다"며 '천적'에 대한 두려움을 표시했다. 반면 흥국생명에 약한 현대건설은 선발 라인업만 놓고 보면 가장 화려하다는 도로공사에 유난히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20일 개막전에서도 도로공사가 먼저 두 세트를 따내 쉽게 승리를 챙기는 듯 했지만 3세트부터 대표팀 부동의 센터 정대영과 신입생 이진희의 탄력이 살아나자 내리 3세트를 따내는 저력을 과시했다. 랠리가 300회 이상 반복되기 때문에 이변의 가능성이 적은 여자배구에서 이런천적 사슬 형성 조짐이 나타남에 따라 올 시즌 코트는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접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전=연합뉴스) 옥 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