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계 소버린자산운용이 LG계열사 지분 매입과 관련,기자회견을 했던 지난 21일.소버린은 제임스 피터 대표 명의로 SK㈜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냈다. 최태원 SK 회장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과 함께 최 회장의 이사 재선임 반대를 노골적으로 권유하는 게 그 골자였다. 소버린은 기자회견을 통해 "LG는 지배구조가 가장 우수한 기업"이라고 치켜세우면서 SK공격도 동시에 진행한 셈이다. 실제 소버린은 주주서한에서 "최태원씨는 주주들의 돈을 사회공헌 활동에 아낌없이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로 대주주측을 비판했다. 또 "만약 최태원씨가 이번 SK㈜ 정기주총에서 다시 이사로 추천된다면 소버린은 반대투표를 할 것"이라며 "SK㈜가 위대한 경영자를 맞을 수 있도록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주주의 책무"라고 선동했다. 이에 대해 투기자본감시센터의 이태복 변호사는 "소버린이 최 회장의 이사 재선임을 막고 싶다면 주주들에게 정식으로 의결권 위임을 권유해야지 이런 식으로 주주들에게 반대표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현행 증권거래법상 특정인이 다른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려면 위임장과 관련서류를 사전에 공시해야 하지만 소버린은 주주서한 형식으로 이같은 법망을 교묘히 빠져 나갔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소버린은 앞서 지난 2003년 4월 SK㈜ 지분 14.9%를 취득했을 때도 지분취득 목적을 '수익창출'이란 애매한 표현으로 공시한 뒤 경영에 간섭,허위공시 논란을 비껴갔다. 지분취득 목적을 자유롭게 기재할 수 있도록 한 당시 증권거래법의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소버린은 국내 증시에서 2조원대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투자자다. 하지만 소버린이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는 영향력 있는 세계적 투자자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거리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소버린이 내세우고 있는 국내기업의 지배구조개선이란 명분이 설득력을 얻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주용석 증권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