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중국인 차이루씨(26).타국에서 어렵게 공부한 끝에 받은 졸업장보다는 한국에서,그것도 굴지의 대기업에 취직했다는 사실이 더 감격스럽다.


차이씨는 '중국인 고급 인력을 국내에서 선발하라'는 대한항공 경영진의 뜻에 따라 올 초 채용된 신입사원 9명 중 한명.지난달부터 서울 등촌동 대한항공 인재개발센터에서 한국인 대졸공채 사원들과 교육을 받고 있다.


18일 만난 그는 "전날 배운 내용을 다음날 아침 점검하는 모닝테스트를 잘 보려면 하루 4시간 정도 공부해야 한다"면서 "20년 후엔 상하이 지점장이 되는 꿈을 꼭 이루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영화배우 궁리의 고향으로 잘 알려진 산둥성 지난에서 태어난 차이씨는 2002년 톈진외국어대 한국어학과를 졸업,한국어 실력도 유창하다.


그가 대한항공이란 회사를 알게 된 것은 13년 전."아버지가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미국 출장을 가셨다가 로고가 새겨진 어린이용 가방을 가져다 주셨어요.


'나도 저런 회사에 다녔으면…' 하고 생각했는데 제가 취직을 하다니 꿈만 같아요."


이번에 채용된 중국인들 중엔 조선족 3명도 포함돼 있다.


헤이룽장성 출신인 장시안잉씨(28)는 베이징대 사회학과를 나온 엘리트.한국을 알기 위해 2002년 서울대 대학원 언론정보학과에 편입,졸업을 앞두고 있다.


그는 "외국기업이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에서도 취업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삶의 즐거움을 찾을 수 없어 대한항공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들 중국인 새내기 사원들은 제주도에서의 15km 행군,영하의 추위 속에 진행된 야간정비 실습 등 여성으로는 쉽지 않은 교육도 무리없이 끝마쳤다.


강경희 인재개발센터 과장은 "중국에서 규칙적으로 생활해온 때문인지 힘든 기색 하나 없이 강도 높은 교육을 이겨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국내 주요 대학에서 취업설명회를 갖고 국내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 인재를 처음으로 선발했다.


대부분 베이징대 베이징외국어대 톈진외국어대 등 명문대를 졸업한 뒤 한국에 유학온 인재들이다.


국내에선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등을 졸업했거나 졸업 할 예정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