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투자를 다변화하겠다는 한국은행 보고서가 촉발한 세계 금융시장의 동요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아시아 중앙은행이 세계 외환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기관으로 급부상했다. 전문가들은 한은 보고서에 대해 외환시장이 '과잉 반응'을 보였다고 평가한다. 파리 소재 SG의 환전략가 세바스티앙 바르베는 24일 "한국이 외환 투자 다변화를 하더라도 결국은 달러기반 자산 내에서의 포지션 변동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씨티그룹도 달러자산을 헐값에 처분하는 것은 중앙은행으로서 자기파괴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은 파문이 던진 중요한 시사점은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급'이란 불안 요소가 전면에 등장했다는 것. 다우존스는 미국이 심각한 적자 때문에 하루 최소한 20억달러를 바깥에서 끌어들여야 나라 살림을 꾸릴 수 있는 상황에서 최대 돈줄인 아시아 중앙은행이 계속 버팀목으로 남아있을 것이냐를 더 우려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UBS의 수석 환전략가 만수르 모히 우딘도 "한은 쇼크를 계기로 '미국의 돈줄이 막힐 수도 있겠구나'라는 경각심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중국의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다. 도이치방크의 제임스 말콤은 "중국의 지난해 외환보유액 증가분 중 미국 국채 및 기관채 비중은 17%로 2003년 51%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달러가 급격히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강세로의 추세적 전환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달러를 버리진 않겠지만 달러에 대한 매력이 전 같지 않은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