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했던 마오쩌둥은 권모술수에 심취했다. 덩샤오핑 등 다른 중국 지도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들이 침실 머리맡에 놓아 둔 것은 마르크스의 저서가 아니었다. 사무실에도 그런 책들은 한 권도 없었다. 대신 과거 황제들의 전기가 그 자리에 놓였다. 또 '이십오사(二十五史)''자치통감' 등 역사책을 읽으며 권력의 암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늘 연구했다. 실제 마오 자신도 사망할 때까지 자기가 '중국의 태양'이라는 봉건 황제식 생각에 깊이 빠져 있었다. 국민들이 열광하는 경극의 스토리도 대부분 이같은 내용들이다. 권력 암투에서 진 주인공이 어려운 시간을 보낸 후 새 전략으로 상대를 거꾸러뜨리는 식의 이야기에 관객들은 열광한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게임으로 받아들이고 권모술수를 그 게임에서 이기기 위한 지침 정도로 이해한다. '권력-천하의 큰 이로움이자 해로움'(화원위엔 지음,정광훈 옮김,한스미디어)에는 중국 5천년 역사 속 야심가 38인의 머리 싸움과 지혜가 담겨 있다. 뛰어난 수완으로 능력 있는 부하들을 다스렸던 진시황의 강권(强權),경제권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조광윤의 재권(財權) 등 속성에 따라 권력을 분류해 놨다. 날카로운 비수를 감춘 채 언제나 주인공으로 살아가기를 원했던 인물들의 무대와 세상을 멀리 내다보며 머리를 조아릴 줄 알았던 2인자들의 활약상이 시공을 교차한다. 저자는 송나라 때 황실 외척이라는 점을 이용해 관직을 얻었으나 음모만 일삼았던 가사도나 환관 정치의 우두머리였던 명나라 위충현의 행태를 오권(誤權)과 농권(弄權)이란 이름으로 경계한다. 그러나 현명한 처세로 사후까지 존경받는 인물들,예를 들어 황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음에도 끝까지 신하로 머물렀던 제갈량과 수중의 권세를 다른 이에게 기꺼이 넘겼던 증국번·장량의 신권(愼權) 대목에선 '권력 운용의 극치'까지 거론하고 있다. 일자 무식이었으나 남이 자기를 치켜세우게 하는 데 뛰어났던 몽골 제국 칭기즈칸의 리더십 등 읽을 거리가 많다. 4백96쪽,2만3천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