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어느 상쾌한 9월 아침,그는 펫져 포도원의 소비뇽 블랑 품종 구역을 걷고 있었다. 포도 수확이 막 시작될 무렵이었다. 탐스러운 포도를 한 알 따서 맛을 보았다. 당도가 높고 향과 맛도 좋았다. 잠시 후 그는 4m 남짓 떨어진 구역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런데 그 곳 포도는 맛이나 향 모두 옆구역의 것보다 떨어졌다. 똑같은 기후와 품종인데 왜 차이가 있을까? 비밀은 간단했다. 첫 구역은 1년 전부터 유기농법을 시험 적용한 곳이고 두번째 구역은 종전대로 재배한 곳이다. 이 때부터 포도 재배에 관한 그의 사고 방식은 1백80도 바뀌었다. 그의 이름은 폴 돌런.4대째 와인 양조업을 이어오고 있는 와인 제조의 1인자. 1992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세계적인 와인회사 '펫져'의 최고경영자가 됐다. 그는 이후 10여년간 해마다 평균 15%의 순익성장률을 이뤘고 미국 내 10대 베스트 와인회사와 업계 최다 판매 브랜드 보유라는 명성을 일궈냈다. 그 비결은 단순한 유기농법만이 아니었다. '펫져 이야기'(폴 돌런·톰 엘크저 지음,이수경 옮김,D&C미디어)에 소개된 '지속가능 경영' 덕분이었다. '지속가능 경영'은 이윤 추구와 고용 창출이라는 단순 가치를 넘어 공동체의 생존과 발전에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는 경영 방식. 경제 개발과 환경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기업이 미래의 가치 있는 기업으로 살아남는다는 이론이다. 그가 이끄는 펫져는 캘리포니아 와인업계에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며 포도 재배업자들과 함께 수익성을 높이면서도 환경을 지키고 지역사회를 풍요롭게 하며 직원들의 행복감까지 높여주는 모델이 됐다. 그가 제시하는 지속가능 경영의 여섯가지 원칙이 책의 핵심 포인트다. '당신의 사업은 더 커다란 시스템의 한 부분이다.''조직 전체에 대한 동기 부여가 기업 문화를 결정한다.''기업정신은 사람들 속에 있다.''진정한 힘은 아는 것을 실천하는 데 있다.''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당신이 주도하여 아이디어를 현재의 일부로 만들어라.' 2백48쪽,1만2천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