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하락으로 해외펀드와 외화예금에 가입한 고객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원화로 계산한 수익률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원금을 까먹는 상품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미국 등 해외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해외펀드의 원화기준 수익률이 덩달아 떨어지고 있다. 해외펀드는 주로 미 달러화로 운용되고 있어 달러가치가 떨어지면 원화로 환산한 펀드의 수익률도 하락하게 된다. 펀드평가회사 제로인에 따르면 환율이 본격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이전에 해외채권형펀드에 가입한 고객은 대부분 원금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피델리티가 운용하는 '미 달러화채권펀드'의 6개월 누적수익률은 2월21일 현재 달러기준으로 2.39%이지만 원화 환산 수익률은 마이너스 9.14%다. 템플턴의 미 하이일드 채권펀드는 달러기준으로 7.54%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지만 원화기준 수익률은 마이너스 4.57%로 급락했다. 제로인 관계자는 "원·달러환율 급락으로 해외펀드는 올들어서만 원화기준으로 3% 가량 수익률을 까먹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해외펀드 가입시 환율이 고정되도록 선물환 계약을 맺은 고객은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국민은행 등 일부 회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 증권사들은 선물환 계약을 고객의 선택사항으로 하고 있어 많은 고객들이 환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해외펀드 고객들에게 의무적으로 선물환 계약을 하도록 하고 있는 국민은행의 경우도 PB센터 고객들에게는 본인 의사에 맡기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예금이탈 고객을 잡는 한편 수수료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 해외펀드 판매를 대폭 강화,올들어서만 5천억원어치의 해외펀드를 판매했다. 이건홍 씨티은행 압구정로얄지점장은 "원화기준으로 해외펀드 수익률이 원금을 까먹고 있더라도 만기 때 환율이 다시 올라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무조건 해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외화예금에 가입한 고객들도 손실이 불어나고 있다. 은행의 달러화 예금은 올들어서 이미 3%가량의 환차손을 입고 있으며 작년 10월에 가입한 고객은 원화 환산 손실이 10%를 넘어서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