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도 복잡하지 않고 단순해야 한다."


'디지털 전도사'로 유명한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미국 MIT대 교수는 25일 "휴대폰은 '스위스 칼'처럼 기능을 하나하나 추가하고 있지만 이는 달라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이날 LG전자가 주최한 'LG모바일 테크놀로지 포럼'에서 '무선의 미래'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휴대폰업체의 미래는 소비자에게 기술을 파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복잡한 기능과 기술을 집어넣은 휴대폰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소비자들에게 팔기보다는 기본적인 기능만을 갖고 있는 제품을 팔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기능은 소비자가 소프트웨어 형태로 다운로드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


그는 "예를 들어 휴대폰에 영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7개국의 언어가 내장돼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소비자가 필요한 언어만 다운로드 받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작고 기능이 단순한 휴대폰을 애널리스트들이 '로티어(low tier:하위 계층)' 제품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제품 품질이 낮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로 코스트(low cost:저가)' 제품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휴대폰업체들은 로 코스트 제품을 많이 팔아야 많은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제품을 생산하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휴대폰이 복잡해지는 것은 소비자들의 욕구가 아니라 업체들의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즉 "휴대폰 업체들은 통신서비스업체들을 '왕'이라고 생각하고 통신서비스업체들은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가입자 1인당 매출을 올리는 데만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휴대폰 업체들은 소비자들이 사용하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제 적용은 하지 않는다"며 "매뉴얼책은 휴대폰보다 더 두껍고 어렵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협력업체들을 관리하는 데 시간의 절반을 쓰고 협력업체들은 대기업의 관리를 받는 데 역시 절반의 시간을 쓰고 있다"며 "기업의 운영이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휴대폰업체들이 패션과 디자인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식이동전화(GSM)에서 채택하고 있는 '심(SIM)카드방식이 일반화되면 소비자가 10∼20개의 휴대폰을 갖고 패션에 따라 그에 어울리는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이제부터라도 휴대폰 업체들은 패션과 디자인을 고려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