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제 개편 필요성 역설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국회 국정연설에서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선거구제 개편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나서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지난 총선에서 각 당이 불리한 지역에서 받은 득표는 의석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선거구제도가 지역주의를 오히려 강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이 제도는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국회의원 수를 늘려서라도 지역구도를 해소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지역구도를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소선거구제로는 지역구도 타파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정치권에서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여기에는 정치권의 이해관계로 소선거구제 유지가 불가피하다면 최소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현 지역구(2백43개)는 유지하되 의원정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비례대표 숫자를 대폭 확충하는 방안 정도는 정치권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권고 메시지'인 셈이다. 노 대통령의 이런 구상은 2003년 4월 국회 연설에서 "특정정당이 특정지역에서 3분의 2이상 의석을 독차지할 수 없도록 선거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것이나 같은해 12월 국회에 전달한 서한을 통해 중대선거구제 및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을 촉구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정당이 노선과 정책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영·호남 등으로 갈려 지역민간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구조를 깨지 않고서는 국민화합,나아가 선진한국으로 가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선거제도 개혁을 다시 화두로 들고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 구상이 단기간에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당장 노 대통령 논리는 정치적 득실에서 한나라당의 호남 서진(西進)보다는 열린우리당의 영남 동진(東進)에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각종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은 영남에서 20∼30%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반면 한나라당의 호남 정당득표율은 고작 2∼3%에 불과한 터라 여야협상이 탄력을 받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당장 한나라당이 "잘못된 진단"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북핵 및 외교·안보 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핵문제에 대해 새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큰 틀에서 정부의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노 대통령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으나 근본적인 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일희일비할 일이 아니라 일관된 원칙에 따라 차분히 대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및 6자회담 무기 불참'선언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북핵과 남북관계 개선노력 병행 추진' 및 '대화·평화적 해결'이라는 기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인식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21일 왕자루이(王家瑞)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접견,'대화를 통한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 원칙불변' 발언 등으로 유화적 제스처를 취함에 따라 북·미간 절충의 여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한·미는 예나 지금이나 긴밀하다. 한때 미국과의 관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지금 양국관계는 그 어느때보다 안정돼 있다"며 한·미관계에 이상이 없음을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외교당국자들에게 할 말은 하고 따질 것은 따지라고 한다"고 밝혀 '대등한 한·미관계'를 또다시 강조했다. 미국과 북핵협상 과정에서 목소리 낼 것은 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북핵위기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이 달라져야 하지만,미국도 보다 전향적으로 달라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역설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또한 북한의 조속한 6자회담 복귀를 위해 남북경협의 속도조절을 주문하고 있는 미국에 대해 반대 입장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사회갈등 해소 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시민단체를 겨냥,대화와 타협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타협없는 투쟁은 정당한 것이 아니다"며 "시민사회도 저항적 참여보다는 대안을 내놓는 창조적인 참여에 중점을 두고 활동해 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또 "이제 더이상 정경유착은 없을 것 같다. 연고에 의한 유착도 해소돼야 한다"며 부정부패 청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재창·홍영식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