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증시는 미국과 일본이 지난 1970∼80년대에 장기 박스권을 뚫고 장기상승국면에 돌입했던 때와 '닮은 꼴'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86년부터 20년째 지수 500∼1,000의 박스권에 갇혀 있다가 1,000고지 돌파를 앞둔 현 상황은 다우지수가 1960년부터 20년 넘게 지속됐던 600∼1,000의 박스권을 돌파했던 82년말 미국 증시의 '복사판'(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이라는 평가다. 미국 다우지수와 일본 닛케이주가는 장기박스권을 돌파한 이후 10년 넘게 장기 상승국면을 맞았다는 점에서 이같은 분석은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 돌파는 물론 장기간에 걸쳐 그 이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 다우지수는 82년 10월 마의 벽이었던 1,000포인트를 돌파한 이후 17년 넘게 상승곡선을 그려 99년 12월에는 11,497까지 11배 이상 급등했다. 당시 다우지수의 박스권 돌파 원동력으로는 △70년대 두차례에 걸친 오일쇼크 과정에서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경쟁력이 높아진데다 △80년대초 연14%였던 10년 국채금리가 연4%로 급락했던 저금리 추세 △83년 기업연금(401K) 도입 이후 급격히 확대된 기관투자가의 주식 매수 여력 등이 꼽힌다. 일본 닛케이주가도 다우지수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72년 3월 3,000을 넘고 73년 1월엔 5,300까지 급등했던 닛케이주가는 1차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78년 3월까지 3,000∼5,000에서 맴돌았지만 이 박스권을 뚫은 이후에는 89년말 38,915까지 오르며 순항했다. 신성호 우리증권 상무는 "1차 오일쇼크가 다소 진정되면서 일본의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고,저금리 추세가 진행된 점이 일본 증시가 박스권을 돌파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 증시 상황은 실제 다우와 닛케이주가가 박스권을 돌파하던 상황과 비슷하다. 먼저 미국과 일본이 장기박스권을 뚫었던 시기가 모두 경기회복기였던 것처럼 국내 증시 상승세가 최근 3∼4년간 지속된 내수경기가 바닥을 찍고 회복세를 보이는 시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 97년말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기업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다. 기업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지난 2000년 9.4%에서 작년말 16.2%로 높아진 것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채권금리가 연4%대로 떨어지는 등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 돌입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