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이 24일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민주주의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두 정상은 전세계로 생중계되는 자리인 점을 의식한 듯 시종 미소를 잃지 않았으나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이어진 간접 공방에서는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먼저 부시 대통령은 "강국들은 강력한 민주주의를 실현함으로써 건설된다"고 정상회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말했다며 "푸틴 대통령도 내 말을 분명하게 들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직접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푸틴 대통령 취임 이후 러시아의 민주주의가 퇴보했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내비친 발언이었다. 그러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 선택을 해 왔다"고 즉각 반박했다. 그는 러시아는 14년 전에 민주주의를 선택했다며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견장 분위기가 다소 어색해지자 부시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종전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으며 여전히 친구로 남기를 바라고 있다고 수습에 나섰다. 그는 "푸틴은 '그렇다'라고 말하면 '그렇다'이고 '아니다'면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4년 전 정상회담에서는 푸틴 대통령을 믿음직한 사람이라고 칭찬한 바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또다시 푸틴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정부'로 화살을 돌리면서 러시아의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한 국가의 관습과 문화를 반영하고 있지만 "법치 및 소수 보호,언론의 자유, 자생력 있는 야당"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시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가 이같은 보편적인 원칙을 충족시키려 하는지에 대한 우려"와 푸틴 대통령의 언론규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나는 공보부 장관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민주주의를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는 여기서 다루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브라티슬라바 AP=연합뉴스)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