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가 비리로 얼룩지고 있다. 출범한 지 1년도 안돼 현역 의원들이 비리혐의로 검찰에 줄줄이 소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사법처리됐거나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현역 의원은 5명에 달한다. 한나라당 박혁규 의원은 아파트 건축 인·허가와 관련,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구속됐다. 또 열린우리당 김희선 배기선 안병엽,한나라당 김충환 의원 등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전직 의원들도 잇따라 소환되고 있다. 임기 1년도 안돼 의원들이 줄소환을 당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정치권에서는 "대규모 사정바람이 부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희선 의원은 2002년 구청장 선거 경선과정에서 모 후보로부터 1억여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의원은 지구당 인테리어 비용을 불법 지원받은 혐의로 이달초 검찰조사를 받기도 했다. 안병엽 의원은 지난해 총선때 건설업체로부터 수천만원을,배기선 의원은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광고사업자에게 1억원을 각각 받은 혐의다. 김충환 의원은 지난해 재건축아파트 철거공사 청탁대가로 수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밖에 강신성일 전 의원이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옥외광고물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이부영 전 의원과 김태식 전 국회부의장도 검찰조사를 받았다. 17대 국회는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면서 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선거법 위반으로 벌써 3명이 의원직을 잃었고,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의원들도 줄줄이 대기중이다. 여기에 각종 비리 의혹까지 터져나오면서 "17대 국회도 과거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