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수 1000 시대의 투자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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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호 < 한국증권업협회장 >
종합주가지수가 다시 1,000포인트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악천후 속에 피는 꽃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처럼 경기부진을 딛고 일어선 시장이기에 더욱 대견하다.
문득 몇개월 전 주식투자 관련 공익광고를 구상할 때가 생각난다.
현재도 진행 중인 '주식으로 저축하세요'라는 광고를 추진하면서 증권업계는 사실 많은 고민을 했었다.
내수부진,실업률 상승 등으로 국민정서가 위축돼 안정성이 자금운용의 절대변수가 된 상황에서,과거 원금보장이 안돼 투자자들에게 수차례 손실을 초래한 '원죄'가 있는 주식을 다시 권유한다는 것 자체에 적지않은 부담을 가졌었다.
그러나 금리가 물가상승률도 커버하지 못할 정도로 낮아진 현실에서도 여전히 예금의존도가 높은 국민들의 저축관행을 시급히 선진화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주식저축 캠페인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소명이 때마침 호전된 시장여건과 맞물린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과거 우리 증시는 지난 1989년 이래 모두 세 차례 1,000포인트를 돌파한 적이 있으나 번번이 무너지면서 침체에 빠졌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러 측면에서 시장여건이 좋아 보인다.
우선 주식시장의 기본인 실물경기가 조금씩 개선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출은 여전히 호조를 띠고 있다.
문제는 내수인데,아직 단정짓기엔 이르지만 최근 일부 지표에서 미약하나마 호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금리가 크게 낮아져 어떤 식의 비교를 해도 주식투자의 수익률이 채권,부동산 등 다른 투자대안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
그동안 주식투자를 멀리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원금손실 가능성이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시장에도 기관화 장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 주가의 변동성,즉 투자위험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바로 이 부분이 주식투자가 이제 저축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음을 뒷받침해준다.
여기에 많은 외국 투자은행들은 올해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올해 예상 PER(주가수익비율)가 10배 미만인 한국을 최고의 유망시장으로 손꼽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과거 지수 1,000 돌파 때 PER가 14~18배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지수의 추가상승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물론 북핵문제와 환율급변 등의 변수가 있기는 하다.
이제부터 우리는 시장의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지수 2,000과 3,000을 목표로 매진하되 앞만 보고 달려갈 것이 아니라 '원칙'과 '기본'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냉철하게 주변을 챙겨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투명성이다.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가격을 좌우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는 투명성이 보장되면 수급 등 시장의 모든 문제를 절반 이상 해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 이상의 기업지배구조 관련 스캔들이나 불공정거래 행위는 소득 2만달러를 향해 성장하는 국가의 증권시장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를 위해 증권관련 기관은 지속적인 해외벤치마킹을 통해 시장제도의 선진화에 힘을 쏟아야 하며,기업들은 우량기업을 만들기 위한 본연의 경영활동에 충실해야 한다.
여기에 증권업계가 투자자 신뢰회복을 위해 올바른 투자 중개기능을 성실히 수행할 때 모두가 원하는 깨끗한 시장이 완성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들도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주식투자의 목표수익률 비교대상을 금리나 채권수익률로 현실화시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과도한 기대수익에서 오는 조급함이 주식투자의 가장 큰 적이다.
앞으로는 단기에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반면 장기투자를 통해 적은 위험으로 적정 수준의 기대수익 달성 가능성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 저축·투자문화의 선진화를 기대하며 투자자들에게 자금의 성격과 투자목적,자신의 전문지식 등을 감안한 직·간접 투자수단의 올바른 선택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