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연체율이 높아지자 은행의 여신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음식 숙박 임대업 등 내수업체의 경영난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급락으로 제조업종에서도 연체 기업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신규 대출심사뿐만 아니라 기존 대출의 만기연장 조건을 까다롭게 적용,중소기업의 자금난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높아진 중소기업 연체율 작년 말 주춤했던 은행의 중소기업 연체율이 1월에 다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우리은행의 중기 연체율이 작년 12월 말 2.79%에서 지난 1월 3.60%로 높아진 것을 비롯 기업 하나 신한 조흥 등 대부분 은행의 연체율이 상승했다. 물론 1월 연체율 상승에는 '1월효과'가 작용했다. 은행들은 통상 연말 결산기에는 부실채권 상각·매각 등으로 연체율을 낮추지만 연초에는 이런 노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그러나 1월 효과를 고려하더라도 실질 연체율이 상승세라고 지적한다. 송기진 우리은행 부행장은 "경기회복이 지지부진해 중소기업의 연체 증가세는 올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진성 하나은행 상무도 "음식·숙박 임대 건설 등 내수업종의 경영난이 새해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어 연체율이 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쇼크로 제조업도 타격 지난해에는 음식·숙박·임대업종에서 연체가 집중됐지만 올 들어서는 건설 제조 등 업종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오피스텔 상가 등의 분양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중소 건설업체의 자금사정이 작년 말부터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환율이 급락,수출관련 중소 제조업체의 경영여건도 어려워지고 있다. 김동현 기업은행 반월공단 지점장은 "환율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우려하는 중소기업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점장은 "직접 수출하는 업체는 물론이고 대기업에 납품하는 업체들도 단가인하 압력을 받아 경영이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우리은행 송 부행장은 "환율급락으로 수출관련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체들의 연체율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신BIS 쇼크'도 대기 중 하나은행 김 상무는 "중소기업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각 은행들이 여신 심사를 더욱 까다롭게 해 우량기업과 비우량 기업간 차별화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상당수 은행들은 오는 2007년 '신BIS협약(바젤Ⅱ)'시행을 앞두고 올해부터 기업 여신규정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김 지점장은 "시중은행들이 기업 대출 마케팅을 벌이고 있지만 이는 우량기업에만 한정된 것"이라며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의 자금난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