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 흐름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저금리를 배경으로 은행권에 있던 자금과 시중 부동자금이 대거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 '저축(은행)'에서 '투자(증시)'로 자금이동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가계 금융자산구조에서도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히 커져 자산관리의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주가가 상승 추세로 전환한 작년 9월말 이후 4개월여 동안 증시와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무려 15조5천억원에 달한다. 주식형 및 채권형 펀드의 전체 수탁액은 지난 24일 현재 1백81조7천억원으로 작년 9월 말보다 12조6천억원 늘었고,주식매수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은 2조9천억원 증가했다. 반면 양도성예금증서(CD) 순발행액을 포함한 은행예금 잔액은 지난 22일 현재 5백9조5천억원으로 같은 기간 4조4천억원 감소했다.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예금 인출 러시를 막기 위해 최근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를 최고 0.2%포인트 올려 '특판'에 나서고 있지만,기대만큼 예금이 늘지 않아 골치를 앓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자금흐름의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저금리라는 구조적인 요인이 이제까지 저축이 중심이던 자금흐름을 투자쪽으로 돌려놓고 있다. 실제 대표금리인 3년짜리 국고채 금리는 현재 연 4.09%로 떨어져 있어 자금운용 대상으로 주식투자를 돋보이게 만들고 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적정금리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저금리 상황에서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투기 억제책까지 맞물려 있어 시중자금이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등 주식 관련 상품쪽으로 이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가계 자산운용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역력하다. 특히 올 들어 간접투자인 펀드 투자비중이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자금을 주로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펀드는 이달 24일 현재 9조6천5백억원으로 올 들어서만 1조1천억원,혼합형펀드는 35조2천억원으로 6천6백억원이 증가했다. 매달 적금처럼 일정자금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적립식펀드에 매달 평균 2천억원 이상의 자금이 몰리면서 1년여 만인 현재 누적판매액이 2조원을 넘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험쪽도 상황은 비슷하다. 주식에 투자하는 생명보험회사의 변액보험 순유입액은 지난해 10월 1천9백억원,11월 2천억원,12월 2천4백억원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일반인들이 다른 금융상품의 수익률을 비교하면서 주식투자를 생각하게 된 것은 우리 증시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앞으로 주식은 가계의 여유자산 운용대상으로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가 1,000시대' 안착에 대한 낙관론이 나오는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과거 주가가 1,000포인트를 넘어섰다가 번번이 추락했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경기가 회복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최근 수년 동안 기업들의 수익성과 경영투명성이 크게 좋아져 투자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장기투자의 발판을 만들고 있다는 점도 주식투자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와 올 연말 시행되는 퇴직연금제는 주식시장의 수급사정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굿모닝신한증권 박효진 연구원은 "미국에서도 지난 80년대 초 저금리 기조가 정착되면서 간접투자 열풍이 나타나고 이것이 20여년간의 장기 박스권을 돌파,주가를 급상승케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