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투쟁은 노조의 '밥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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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광! 아직도 살아있어요?'
코오롱 노동조합의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한 조합원이 올려놓은 글의 제목이다.
장철광씨는 지난해 여름 파업부터 최근의 인력구조조정 노사합의에 이르기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코오롱 구미공장의 노조위원장.글을 쓴 조합원은 "이제 그만 가면을 벗고 홀가분하게 사람들 눈앞에서 사라져라"고 주장했다.
이 조합원이 이토록 울분을 토하는 이유는 지난해 여름 64일간이나 파업을 벌이고도 조합원들에게 돌아온 건 임금삭감과 인력 구조조정 뿐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5백여명의 생산직 근로자들은 화섬경기 침체로 희망퇴직이나 분사,정리해고 등의 형태로 회사를 떠났지만 노조집행부는 아직 건재하다.
직장을 잃은 노조원들의 항의를 받은 집행부는 이달 초 회사측과 맺은 구조조정 합의를 파기하고 임금교섭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27일 선언했다.
노조의 투쟁은 정리해고 대상자 59명에 대한 구제에 목표를 걸고 있다.
하지만 이 투쟁을 한 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은 동료들을 위한 순수한 노동운동으로 보는 시각은 노조원 내부에서도 거의 없다.
파업 실패와 구조조정안 합의 이후 급격히 입지가 좁아진 현 집행부의 힘을 유지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밥줄'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여름 파업 당시 집행부,특히 장철광 위원장에 대한 징계철회를 고수하며 파업을 풀지 않아 지리했던 파업이 더 길어졌던 것을 기억하는 조합원들로서는 이런 생각이 당연하다.
노조의 새로운 투쟁은 지난해 파업처럼 성공할 가능성도 적다.
정리해고는 노사합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법률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반 조합원들은 이미 집행부에 거의 등을 돌린 상태다.
코오롱 노조 집행부가 새 투쟁에 나서는 건 '노동운동가에겐 투쟁만이 존재의 이유이자 방법'이라는 구시대적인 발상 때문이다.
이제 구조조정의 아픔을 딛고 변화를 시도하는 회사와 일반 조합원들에게 투쟁은 존재의 방법이 아닌 패망의 방법일 뿐이다.
유창재 산업부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