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총장시대] '국제화 혁신' 2년 … 고려대 어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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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쟁시대'란 말은 이제 더 이상 기업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교육 개방을 앞둔 한국 대학도 이제 치열한 경쟁에 노출돼 있다.
지금까지 어떤 대학도 파산한 적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경쟁력없는 대학의 퇴출은 시간 문제다.
이에따라 대학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행정 효율화,발전기금 모금,학내 구조조정,교육개혁 등을 위해 필사적으로 뛰고 있다.
학교도 경영의 시대를 맞은 것.덕망과 학식을 갖춘 학자 총장보다는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개혁을 이끄는 "CEO(최고경영자)총장"이 부상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한국 대학교육의 혁신을 주도하는 CEO 총장을 소개한다.
2003년 고려대 총장으로 취임해 지난 2년간 "대학경영혁명"을 진두지휘해온 어윤대 총장이 첫 주인공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 퇴임 임원을 전임교수로 초빙하겠다.내년부터 10여명을 우선 모신다.경쟁력을 갖춘 전자산업에서 일해온 이들은 최첨단 지식을 가진 전문인력이다.이 같은 고급인력을 대학에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는 '수요자 중심 교육을 위한 기업,대학 공동포럼'이라는 세미나가 열렸다.
고려대가 교육과정 혁신을 위해 마련한 자리로 기업 CEO와 인사담당자 등 참석자 3백여명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 배출'을 위한 애정어린 목소리를 쏟아냈다.
'보수적인' 대학이 주최했다고 믿기 어려운 생소한 이름의 이 세미나는 올해로 벌써 2회째였다.
이 자리에서 어 총장은 지난해 세미나에서 얻었던 각종 아이디어를 대학교육에 접목시킨 사례를 전하고 내년부터는 대기업 퇴임 임원을 겸임,연구교수 등이 아닌 '전임교수'로 쓰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고려대는 지난 2년간 '혁명'에 가까운 변화를 모색해왔다.
올 1학기 영어강의 비율이 23%에 달하는 등 교수들은 영어로 하는 강의에 익숙해졌다.
캠퍼스에서 외국인 교수나 교환학생은 흔하게 마주친다.
대신 4백26명에 달하는 학생이 현재 외국 자매대학에 나가 있다.
내년부터 한 학년 학생의 20%인 1천명이 유학할 수 있도록 캐나다 UBC,미국 UC데이비스,호주 그리피스대,중국 베이징대,일본 와세다대 등에 이미 전용 기숙사까지 마련했다.
행정 직원들은 '목표관리제(MBO)'에 익숙해져 효율적인 행정을 위해 뛰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 모두가 어 총장이 취임 후 국제경쟁력이 있는 대학으로 만들겠다며 '글로벌 KU(Korea University·고려대)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결과.
어 총장은 지난 2년간의 변화에 대해 "보수적인 고려대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으로는 인문 교양교육을 확대하고 이중 전공제를 실시해 교과교육의 질을 높인 것이 보람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하버드대를 벤치마킹해 시간강사가 맡아온 교양과목을 모두 전임교수에게 맡겼다.
제대로 된 교양교육 없이는 경쟁력 있는 졸업생 배출이 어려우며,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 기술학교와 다를 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졸업학점을 낮추고 모든 학생이 이중 전공을 할 수 있게 했다.
그는 "요구하는 것과 배우는 것이 차별화된 2004학번부터는 '2004브랜드' '2005브랜드' 등 브랜드가 따로 붙는다"며 "이들은 국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실무능력을 갖춘 교양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화에는 돈이 든다.
어 총장의 성공도 돈을 많이 모은 것이 원동력이다.
어 총장은 "총장 선거할 때 4년간 2천2백억원을 모으겠다고 했는데 지금 추세대로라면 3천5백억원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며 "불황 속에서도 동문들이 도와준 데다 올해 1백주년을 맞은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혁이 쉽지는 않다.
고려대도 개혁의 고통을 겪었다.
어 총장은 "'상아탑'적인 학문을 추구하는 교수들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며 "다만 변화가 실제 나타나면서 교수와 교직원,학생,동문들이 이에 공감해 협조하면서 새로운 변화가 이뤄지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왜 힘든 개혁에 나섰냐"는 질문에는 "외부에서 금융발전심의위원과 금융통화위원,공적자금관리위원,국제금융센터 소장 등을 역임하면서 학교 발전을 위해 국제화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답했다.
임기 절반을 마치고 반환점에 선 어 총장은 남은 기간에는 자연과학을 육성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는 "대학 평가의 기준은 SCI(과학논문 인용색인)급 논문인 만큼 앞으로는 이공대와 의대 등 자연과학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교수도 많이 뽑겠다"며 "이는 학교 위상을 높일 뿐 아니라 한국이 선진국으로 가는 데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 총장은 "지금까지는 변화가 비교적 순탄했지만 앞으론 구조조정 문제 등이 얽혀 있어 변화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대학의 변화로 사회를 변화시키고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고려대가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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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윤대 총장 약력 ]
△1945년 서울 생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미국 미시간대 석·박사
△고려대 경영대학 부교수,미국하와이대 객원교수,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객원교수
△고려대 교무처장·경영대학원장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금융발전심의위원회 국제금융분과위원장
△한국국제경영학회장,한국금융학회장,한국경영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