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국, 성장 '迷兒'에 대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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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지금까지 세계 각국의 성장세를 총괄해 보면 성장국가와 침체국가 간의 차별화 현상이 뚜렷하다.
지난해부터 경기조절에 나서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성장세는 여전히 견실하다.
영국 호주 인도 등도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이중침체 논의가 재연되고 있고 유로랜드와 우리는 아직까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놓여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른 상태다.
올해 성장세를 유지하는 국가들에는 몇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무엇보다 거시정책 기조가 분배보다는 성장을 우선하고,이 과정에서 심화되는 소득불균형은 선진국일수록 제도를 통한 인위적인 배분보다는 '기부와 나눔문화'로 해결한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분배요구와 노조가 강한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
아무래도 우리는 후자에 가까운 국가다.
경제운영 원리는 정부의 간섭은 최소한에 그치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경제주체들에게 창의와 경쟁을 최대한 북돋워주는 국가일수록 고성장군에 속한다.
현 정부들어 경기가 부진한 가장 큰 원인이 정부의 손길이 경제 모든 분야 곳곳에 미치는 '유비쿼터스 핸드'에 있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지적한 바 있다.
또 인구수가 많고 경제연령을 젊게 유지하는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높다.
최근처럼 수요보다 공급이 압도적인 상품과잉 시대에서는 한 나라의 경제성장은 시장규모와 상품흡수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출산율이 낮아지고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이 우려된다.
부존자원이 많은 국가들도 성장세가 견실하다.
특히 올해들어서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고성장군에 속속 편입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경제이기주의로 자원의 민족주의가 1970년대 이후 다시 고개를 들면서 부존자원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부존자원에서 우리는 자급도가 가장 떨어지는 국가다.
비슷한 맥락에서 산업별로는 정보기술(IT)과 같은 첨단기술 업종에 강점을 갖고 있는 국가들의 성장세가 빠르다.
첨단기술 업종의 특성상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공급능력이 늘어나는 수확체증의 법칙에 따라 부존자원의 부족분을 메워주는 것이 성장을 지탱해 주고 있다.
다만 첨단기술업종이 우수하더라도 상품수요 여부에 따라 부침(浮沈)이 심한 점은 주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영어 공용권에 속하는 국가일수록 비교적 오랜기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추세가 급진전되면서 세계를 대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의사소통 능력이 한 나라의 경제성장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우리는 영어의사 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국가로 알려져 있다.
결국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중장기적으로 성장의 미아(迷兒)가 될 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바로 이런 새로운 성장동인을 확보하지 못했거나 확보하려는 노력이 보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한두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경기가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을 때 극약처방에 해당하는 '한국판 뉴딜정책'을 들고 나올 정도로 위기의식을 느낀 이헌재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각료들은 대통령 취임 2주년을 계기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공치사하기에 바쁘다.
묻고 싶은 것은 경기를 지탱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인을 우리는 얼마나 확보해 놓았는가 하는 점이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