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구조조정 확산되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신격호 롯데 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구조조정본부장 격인 정책본부장을 맡은 후 좀처럼 인력을 감원하지 않던 롯데그룹의 인사 관행이 깨지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말 호텔롯데가 창사 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광고기획사인 대홍기획은 최근 15명에게 사실상 해고로 여겨지는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28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2월 초 취임한 박광순 대홍기획 대표이사는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광고업계의 현실을 감안,평사원부터 국장급 간부사원까지 15명에 대해 '대기발령'을 냈다.
희망퇴직이 아닌 대기발령이라는 강수를 뒀다는 점에서 롯데그룹은 물론 광고업계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대홍기획 임직원은 현재 3백40여명.
이번 감원 인사는 1998년 IMF 위기 이후 처음 실시된 것이며 롯데그룹에선 호텔롯데에 이어 두 번째다.
대홍기획은 2월 초 그룹 사장단 인사를 통해 총 3명의 임원 중 2명(대표이사 포함)이 교체된 데다 박광순 신임 대표가 이전에 대홍기획에서 오래 근무한 롯데맨이어서 감원 인사를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호텔롯데는 작년 말 직급에 비해 연령대가 높은 10년 이상 근무 직원들을 정리하기 위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총 93명을 줄였다.
당시 전체 3천여명의 임직원에 비해 희망퇴직자 수는 얼마 안됐지만 첫 희망퇴직이었고 인원이 적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다른 계열사들이 긴장했다는 후문이다.
롯데그룹의 잇따른 인력 구조조정은 지난해 10월 신동빈 부회장이 그룹 정책본부장을 맡은 후 혁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 관계자는 "인력 구조조정은 정책본부에서 지시한 것이 아니라 계열사 대표들이 조직 혁신의 분위기를 받아들여 자율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구조조정이 곧 혁신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안정적인 인사 관행이 깨졌다는 점에서 롯데 기업문화에 상당한 변화가 일 것"이라고 덧붙었다.
이에 따라 롯데는 앞으로 실적이 부진하거나 업황이 불투명한 계열사,그리고 최근 통합을 추진 중인 호남석유화학 롯데대산유화 KP케미칼 등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