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신용카드 대란이 문제가 됐지만 정작 빚내서 소비하기는 미국 국민들을 따라갈 집단이 없다. 월세나 각종 할부금 부담이 적지 않은데도 저축보다는 빚을 내서 소비하는 미국인들이 태반이다. 지난해 경상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5.3%에 달하는 6천1백77억달러로 늘어난 것도 미국 국민들이 외국산 제품을 신나게 소비한 결과다. 그런데도 정작 엄청난 경상적자를 두려워하는 미국인들은 드물다. 오히려 그렇게 수입해서 써주니까 다른 나라들이 수출을 많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미국인들의 헤픈 씀씀이가 세계경제에 이바지한다는 점을 강조하기까지 한다. 모자라는 돈을 충당하는 것도 밖에서 걱정하지,안에서는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미국이 대외거래를 메우기 위해 외국에서 꾸는 돈은 하루 20억달러나 된다. 대부분 재무부채권을 팔아 조달한다. 이 채권을 많이 사주는 나라는 일본(7천1백10억달러) 중국(1천9천30억달러) 영국(1천6백30억달러) 한국(6백90억달러) 순이다. 이중 아시아 3국의 마음이 변해 국채매입을 포기한다면 그들을 붙잡기 위해 국채금리를 대폭 올려야 할 것이다. 그것은 미국경제에 충격을 줄 텐데도 그런 일은 안 일어날 것이라며 신경쓰지 않는게 미국 관료들이고 국민이다. 미국경제가 튼튼해 아시아 국가들이 계속 미국채권을 살 수밖에 없을 테니까 걱정 없다는 투다. 미국은 올해 나라살림에서도 4천2백70억달러의 적자가 예상될 정도로 빚투성이다. 웬만한 개도국에서 이 정도의 쌍둥이적자라면 벌써 금리가 치솟고 돈 값이 떨어져 파국을 맞았을지도 모른다. 뉴욕외환시장을 뒤흔들어놓은 이른바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 투자대상 다변화' 쇼크는 아시아국가들의 미국국채 매입을 당연한 것으로 아는 미국의 금융시스템에 일격을 가한 사건이었다. 콧노래를 부르며 빚으로 사는 미국 국민과 정부에 한방 먹인 셈이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