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의 강세는 증시로의 자금이동에 따른 수급여건개선 못지 않게 주요 종목들의 유통비율이 급감하는 '주식퇴장' 현상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살 수 있는 주식 수가 급감한 상황에서 증시로 자금이 몰리다보니 주가가 올라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유통비율이란 발행주식 중에서 5%이상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물량,자사주,외국인 보유주식 등을 제외한 유통가능한 물량을 일컫는다. 주식퇴장 현상은 외국인들의 한국증시 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이에 맞서 대주주를 비롯한 주요 주주들도 지분 확보에 나서면서 2년째 이어지고 있다. LG투자증권에 따르면 2월25일 현재 삼성전자 포스코 등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유통주식은 전체 발행주식수의 17.9%에 그쳤다. 이는 2년전(2003년 3월)의 30.3%보다 13%포인트 이상 급감한 것이다. 유통비율 감소현상은 특히 블루칩 일수록 심각하다. 삼성전자 포스코 한국전력 국민은행 SK텔레콤 등 5대 블루칩의 평균 유통비율은 10.9%에 불과한 실정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2년전 26.8%이던 유통비율이 지금은 10.3%로 급락했다. 외국인의 지분율 확대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주요주주들이 2년전 21%이던 보유지분을 34%로 높였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2위인 포스코도 외국인 지분율이 69.0%로 치솟아 유통비율이 16.3%로 크게 낮아졌다. 또 한국전력과 국민은행의 유통비율은 5%대에 불과하다. 이밖에 SK텔레콤 현대차 KT LG전자 등 한국증시의 대표주식들도 유통비율이 10∼20%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옐로칩으로 불리는 중대형 상장사 중에서도 롯데칠성 롯데제과 두산중공업 대림산업 한국유리 대우조선해양 한라공조 외환은행 등은 유통비율이 7%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한국증시의 재평가와 수급개선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증시의 상승세를 가속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LG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위원은 "대기업들의 자금잉여 현상으로 유·무상증자에 소극적이어서 증시는 펀더멘털(기업실적)의 개선 없이도 리레이팅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외국인이 대량 매도로 전환할 경우 유통비율을 높일수 있지만 현재로선 그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리서치센터장은 "아시아지역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른 속도로 유입되고 있고,원화강세 현상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며 "외국인 지분율은 꾸준히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