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실적에 참여연대의 공격이 빚을 바랜 주주총회였다.
참여연대는 28일 주총에서도 삼성카드 출자,김인주 사장의 이사 재선임 부적격 문제 등을 집중 거론하며 날카로운 질문들을 퍼부었으나 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에 묻혀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윤종용 부회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상당 부분 사회의 지배구조 문제에서 기인된 것이라며 시민단체들이 사회적 지배구조에서 엄청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참여연대를 직접 공박했다.
소액주주들도 "(경영진이) 정 못마땅하면 당신들이 직접 경영을 해보라"며 삼성전자 경영진을 편들었다.
○…이날 주총의 하이라이트는 의장을 맡은 윤 부회장과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한성대 교수)이 지배구조를 놓고 벌인 설전.
김 소장은 2호 안건인 김인주 사장의 삼성전자 이사 선임 안건이 올라오자 "김 사장은 삼성카드와 삼성자동차 문제를 추진한 구조본에서 일한 만큼 삼성전자 이사가 되면 이해상충이 있을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의) 최대 위험 요소는 비즈니스 관련 의사 결정이 아니고 지배구조와 관련된 의사 결정 구조며 김인주 이학수 이사 등은 잠재적으로 있을 수 있는 법률적 위험의 전형적 사례"라고 주장했다.
○…주주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감정 표출을 자제해온 윤 부회장의 언성이 이내 높아졌다.
그는 "나도 참았는데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기업의 지배구조가 문제라면 한국보다 훨씬 투명한 미국에서는 왜 엔론 사태가 발생한 것이냐"고 되받았다.
그는 "삼성전자는 지배구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회사뿐 아니라 사회에도 지배구조가 있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상당부분 사회의 지배구조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부회장은 "여러분이 속한 조직(참여연대)도 사회적 지배구조에서 엄청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김 사장에 대해) 범죄인이라는 식으로 막말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김 사장의 이사 선임건은 참여연대의 요구로 표결에 부쳐졌고,96.25%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주주들은 확실히 윤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윤 부회장과의 설전 이후 김 소장은 "지난해 주총과 수준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일반 주주들은 주총 내내 경영진을 옹호하고 참여연대를 비난한 것.
특히 주주들은 윤 부회장이 참여연대측에 발언권을 줄 때마다 "의장은 참여연대측에 끌려다니지 말라""안건을 빨리 처리하라""참여연대는 주주 자격이 없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주주 장모씨는 "(경영진이) 정 못마땅하면 당신들이 직접 경영을 해보라"며 비꼬기도 했다.
또 다른 주주는 "삼성전자는 노조에 끌려다니지 않고 경영을 잘해서 국가 경제에 기여한 회사"라며 "주주에게는 무엇보다 배당금이 제일 중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날 삼성그룹에선 전자를 필두로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전기 삼성테크윈 등 상장사 중 3월 결산법인인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을 제외한 12개사가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대부분 계열사들은 지난해 실적이 좋아 1시간 안팎에서 순조롭게 끝났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