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이은주씨가 우울증으로 자살하자 우울증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이씨는 자신의 마지막 영화가 된 '주홍글씨'에서 보여준 과다한 노출장면에 쏟아진 세간의 비난에 더욱 괴로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연의 일치일까.


내용은 다르지만 소설 '주홍글씨'를 쓴 미국의 유명 소설가 나다니엘 호손도 12년간 우울증을 앓았다.


아브라함 링컨,윈스턴 처칠 등도 우울증을 앓았다.


이처럼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다.


우울증은 인구의 15%가 평생 한 번 이상 앓는 흔한 병이다.


최근에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우울증은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러나 꾸준히 치료하면 좋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충고한다.


우울증에 대해 알아본다.



⊙90%가 자살 충동 느껴


세계보건기구(WHO)는 우울증을 21세기에 인류를 괴롭히는 10대 질병 중 하나로 지적하고 있다.


오는 2020년에는 우울증이 심장병 다음으로 세계 2위의 질병이 될 것으로 예측할 정도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불릴 만큼 흔하다.


그러나 우울증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 가운데 10%만 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우울증은 뇌의 아민 대사계의 기능저하와 심리적 요인이 겹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민 대사계 기능이 떨어지면 뇌안의 신경 전달물질의 화학적 불균형이 일어나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가정 환경의 변화나 직장 이동,전근 등의 심리적 부담도 우울증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신체적인 질환이 우울증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당뇨병,심근경색증,암,뇌졸중 등을 앓고 있는 환자의 20∼25%에서 우울장애를 보인다.


우울증 환자는 모든 일의 잘못을 자신 탓으로 돌린다.


이것이 점차 발전하면 잘못이 없는 데도 자신이 커다란 잘못을 범했으며,모든 사람에게 사죄해야 한다는 생각마저 갖게 된다.


사소한 일에도 걱정을 하고,장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자신감을 잃게 된다.


자기는 아무 쓸모가 없다고 스스로를 나무라게 되며 심해지면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즉 우울증이 계속되면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워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문의들은 우울증 환자의 90% 이상이 죽을 수 있다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이 가운데 실제로 15∼20%가 자살을 시도한다고 지적한다.


우울증은 정신적인 고통과 함께 신체적인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주로 △수면 장애 △소화기 장애 △자율신경 이상 △의욕 상실 및 동통(疼痛:신경의 자극으로 몸이 쑤시고 아픈 증상) △체중 감소 △성욕 저하 등이다.


⊙증상 호전된 뒤에도 약 복용해야


우울증은 자살에 이르게 할 정도의 병이지만 편견 때문에 제대로 치료를 못받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는 주위의 세심한 배려,사회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우울증은 보통 약물치료나 정신치료를 통해 치료된다.


최근에는 환자에게 빛을 쬐어주는 광(光)치료도 실시하고 있다.


우울증에 사용하는 약물은 환자의 감정 리듬에 영향을 미치는 뇌의 화학전달 물질에 작용해 효과를 나타낸다.


우울증 치료제가 효과를 나타낼 때까지는 보통 1개월 이상 걸린다.


효과가 나타나면 잠을 더 잘 자고,식사도 규칙적으로 하게 된다.


좀 더 생기 있게 생활하게 되며 식욕도 정상적으로 돌아오게 된다.


우울증 치료제의 복용기간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처음 복용할 경우 증상이 호전된 후에도 수개월 간 더 복용해야 한다.


증상이 좋아졌다고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면 재발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우울증은 보통 6개월 정도 지속되므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1년 안에 재발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증상이 좋아진 뒤에도 3∼4년 동안은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한다.


심한 스트레스와 불면증에 시달린 이은주씨도 병원에서 우울증 치료를 권유받았으나 바쁜 스케줄 때문에 제대로 치료를 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립감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등 가족간의 대화가 중요하며 가벼운 우울증은 자신의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


도움말=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윤세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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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증 체크리스트 ]


▲사소한 일에도 신경이 쓰이고 걱정거리가 많아진다.

▲쉽게 피곤해진다.

▲의욕이 떨어지고,만사가 귀찮아진다.

▲즐거운 일이 없고,세상일이 재미가 없다.

▲매사 비관적으로 생각하게 되고,절망스럽다.

▲스스로의 처지가 초라하게 느껴지거나,불필요한 죄의식에 사로잡힌다.

▲잠을 설치고,수면 중 자주 깨 숙면을 이루지 못한다.

▲입맛이 바뀌고 한달 사이에 5% 이상 체중이 변한다.

▲답답하고 불안해지며,쉽게 짜증이 난다.

▲거의 매일 집중력이 떨어지고 건망증이 늘어나며,의사결정에 어려움을 느낀다.

▲자꾸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

▲두통 소화기 장애 또는 만성 통증 등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신체증상이 계속된다.


※증상이 3가지 이상일 때 약한 우울증,6가지 이상일 때 심한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으므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