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울증에 대한 잘못된 상식 ]


여배우 이은주씨의 자살 원인이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다고 각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우울증 뉴스를 보고 자신을 우울증 환자로 진단하고 병원을 찾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우울증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정설로 여기고 당연시하는 점이다.


우리가 잘못알고 있는 우울증 상식을 알아본다.



◆정신적 쇼크로 생긴다.


강한 스트레스로 우울해질 수도 있다.


쇼크로 오는 우울,예를 들어 가까운 친지가 죽거나,실직을 했거나,고부간의 갈등 등으로 인해 생긴 '스트레스성 우울'은 순수한 의미의 우울증이 아니다.


이런 경우에는 우울해지는 것이 당연하며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울증 치료를 할 정도로 발전하지 않는다.


실제 우울증은 체질적이고 유전적인 요인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


쉽게 말해 우울증은 별 이유없이 주기적으로 오는 경우가 훨씬 많다.


◆내성적 성격에 많이 생긴다.


우울증은 성격이 원래 우울해서,지나치게 꼼꼼해서,또는 내성적이어서 생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경우도 있지만 평소 활달하고 명랑한 사람도 우울증에 걸린다.


성격 때문에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보다는 우울증으로 인해 성격이 우울한 것처럼 보이는 예가 훨씬 많다.


◆치료는 약보다 정신 상담이 더 중요하다.


정신과에서 처방하는 약은 습관성이나 중독성이 있고,사람을 멍청하게 만드므로 무조건 먹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우울증 치료약인 항우울제는 수면제나 신경안정제와 달리 습관성이 없다.


자살을 목적으로 한꺼번에 대량 복용하지 않는 한 중독성도 없다.


또한,다른 항정신병 약과는 달리 정신이 멍해지는 현상도 거의 없다.


우울증 치료에 정신과 상담이 도움이 약간 되지만,이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이며 주된 역할은 약이 한다.


◆조용한 절이나 기도원에서 치료해야 한다.


우울증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그 증세가 상당히 심각한 경우도 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정말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자살을 시도하는 예도 흔하다.


이런 환자를 조용한 절이나 기도원 같은 곳에 보내면 더 위험하다.


자기만의 왜곡된 생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온갖 엉뚱한 번민에 휩싸여 자살 충동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절이나 기도원 같은 곳은 오히려 보통 사람의 정신적 휴식처로 적당하다.


그런데 이를 확대시켜 우울증에 적용시키는 것은 위험 천만한 행동이다.


만일 환자 스스로가 이런 시설을 원하더라도 약은 철저히 복용토록 해야 치료의 의미가 있다.


◆생각을 긍정적으로 가져야 낫는다.


병으로 인해 우울하고 부정적인 쪽으로 생각하는 것은 환자 스스로도 어떻게 할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우울증 환자에게 오락이나 취미생활을 강조하기도 하는데 실제 우울증 환자에게는 도움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남들은 저렇게 재미있게 즐기는데 나는 왜 그렇지 못할까'하는 실망으로 정신적인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오락이나 취미생활은 처음부터 강요하는 것보다 약으로 증세가 좋아져 환자 스스로 즐기려는 의욕이 생길 때 권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우울증은 비교적 잘 낫는 질환이다.


치료를 받으면 약 1개월이면 좋아진다.


다만,약을 복용해도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환자나 보호자가 이해해야 한다.


약을 며칠 먹었는데 효과가 없다고 약을 중단하면 치료가 어려워진다.


또 저절로 나을 수도 있다고 기다리기만 하는 것 역시 환자에겐 고통일 뿐이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