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등단 40년을 맞는 원로 작가 송기숙씨(70)가 오랜만에 산문집 '마을,그 아름다운 공동체'(화남)를 펴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번 산문집은 우리 고유의 공동체 문화에 대한 추억담이자 경쟁주의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서다. 작가가 특히 관심을 두는 것은 '두레 공동체' 정신이다. "일본이 조선을 강탈한 뒤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게 마을마다 있던 '두레'를 와해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두레 정신이 반일·민족주의로 이어지는 걸 경계했던 거죠." 송씨는 일제 치하 35년과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전통적인 공동체 문화가 와해됐다고 지적한다. "농촌 노인들을 만나보면 '내것 없으면 죽는 세상이여'라는 말을 곧장 합니다. 그냥 흘려 넘길 수 있는 말이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따뜻했던 공동사회에서 이익사회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느낀 환멸이 담겨 있습니다." 책 끄트머리엔 '고은,그 속수무책의 사나이''만년 야인 박현채''내가 본 황석영'이라는 제목으로 가까운 지인들에 대한 인물평을 '본 대로' 썼다. 특히 "유명을 달리한 박현채에 대한 추억이 새롭다"는 작가는 "그가 살아 있었으면 '야 임마,이렇게 모두 까발리기야' 하고 시비부터 걸 것"이라며 애틋한 그리움을 표시했다. 후배 작가인 소설가 공지영씨는 이번 산문집에 대해 "따뜻한 사랑방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기도 하고 된장찌개를 앞에 놓고 반주를 곁들이며 좋은 어른과 식사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