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에도 흥분하지 않는 게 나고야 방식입니다."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시의 여행사 직원인 유타카 모리씨는 자신의 고장에 겹경사가 생겨 즐겁지 않으냐는 질문에 의외의 답변을 했다. 아이치 현에는 일본의 세번째 국제공항(센트레아 혹은 주부공항) 개항,오는 25일 개막하는 만국박람회,2007년 도요타자동차 본사 이전 같은 매머드급 호재가 터졌지만 주민들은 의외로 차분하다. 새로 개항한 국제공항 '센트레아'는 산업화 기지이자 장인정신의 고향으로 불리는 나고야 도심에서 특급 열차로 28분 만에 연결된다. 공항 역에 도착하면 곧 아이치현 주민들이 얼마나 차분하게 대형 이벤트를 준비해왔는지 알 수 있다. "만국박람회란 초대형 국제 행사에 맞춘 최고급 공항을 건설하기 위해 당초 종이학 모양의 여객터미널을 설계했습니다. 그러나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효율도 떨어진다는 결론이 나와 단순한 모양(역T자형)으로 설계를 바꿨습니다." 센트레아 도쿄사무소 야스오 다카야나기씨의 말이다. 무려 2천만명의 관람이 예상되는 국제 행사를 위해 만든 공항이어서 화려하게 만들고 싶은 유혹이 많았지만 냉정한 태도로 효율을 우선시했다는 것이다. 새 공항의 규모는 인천공항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작지만 알찬 일본 제품을 보듯 구성은 탄탄하다. 공항 역에서 널찍한 '무빙 워크'에 오르면 단 1분 만에 탑승 수속장인 여객터미널 3층으로 연결된다. 탑승 수속장에서 탑승구까지는 길어야 3백m 정도다. 센트레아가 특별한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현명한 기업으로 꼽히는 도요타자동차를 비롯한 이 지역 민간기업이 50%를 출자했고 철저히 민간 주도로 공항 건설과 운영이 이뤄진다는 점.따라서 무한 효율과 고객 만족을 추구하는 도요타의 기업정신이 공항 곳곳에 배어 있다. 센트레아 여객터미널의 으뜸 명물은 4층 스카이타운의 상가. 옛 일본 전통거리를 옮겨놓은 '초화칭(제등) 골목길'과 유럽 도시를 산책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렌가(벽돌) 거리'에 식당과 상점이 줄지어 있다. 초화칭 거리엔 일본 전통음식과 기념품을 살 수 있는 가게 외에도 온탕에 몸을 담근 채 비행기 이착륙을 바라볼 수 있는 사우나 시설까지 갖춰져 있다. 여객터미널 중심부의 널찍한 전망대는 여행객들의 대기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전망대 레스토랑은 이미 한달치 예약이 꽉 찼다. 센트레아는 공항을 단순히 '비행기 타는 곳'이 아닌 '여행의 흥분과 설렘을 주는 곳'으로 재정의한 것이다. 공항에서 결혼식과 피로연도 가능하다. 센트레아는 이런 서비스를 기반으로 국제공항 중 유일하게 항공 승객을 빼고도 공항만 둘러보고 상가를 이용하는 '순수 관광객'을 연 3백만명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이치현 최대 복합리조트인 '라구나 가마고리'의 연 이용객이 3백80만명이다. 공사비도 크게 줄였다. 바다를 매립해 만들었기 때문에 당초 7천6백80억엔의 공사비를 책정했지만 무려 1천2백억엔을 절감했다. 그러나 도요타 출신인 히라노 유키히사 사장은 이에 결코 만족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50여개의 개선점이 남아 있다"며 "주차장까지 경로가 복잡하고 안내판도 부실하며 기내 반입 화물 규정도 정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나리타나 간사이공항을 목표로 했다면 이 정도로 만족하겠지만 우리는 그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도요타의 기업 이념인 '가이젠(개선)'을 뿌리내리겠다고 밝혔다. 센트레아는 앞으로 상당한 난제를 풀어야 한다. 센트레아의 대당 착륙료는 65만엔선으로 일본에선 최저 수준이지만 인천공항(28만3천엔)이나 싱가포르 창이공항(22만5천엔)에 비해선 상당히 높다. 국제선 편수가 많지 않아 환승객 입장에서는 90분 거리에 있는 인천공항이 더 유리하다는 것도 약점이다. 효율 최우선을 내세운 도요타가 책임을 맡은 첫 민간 국제공항 센트레아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동아시아의 주요 허브공항으로 약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이치현=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